국내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라는 판결에 이어 이번에는 특허법인의 구성원 변리사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6월 20일 B특허법인에서 구성원 변리사로 근무하다가 대동맥박리와 심낭압전으로 숨진 A(사망 당시 45세)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77330)에서 A씨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의 업무내용은 B특허법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배당받은 업무들이고, A가 B특허법인으로부터 받은 업무 수행을 임의로 거부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는 B특허법인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B특허법인은 특허 출원과 등록 등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는 특허법인으로서 2017. 4. 1. 기준 소속 변리사는 약 180명 정도, 그중 매니징 파트너(Managing Partner)가 1명, 시니어 파트너(Senior Partner)가 5명이고, 매니징 파트너와 시니어 파트너를 제외하고 A와 같이 구성원으로 등기된 사람이 36명이었다. A는 2005년 7월부터 B특허법인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 4월 B특허법인의 임원으로 취임했고, 한 달 뒤 B특허법인 구성원으로 등기되었으나, 임원 취임 전과 후 A의 업무내용에 변동은 없었다.
A는 B특허법인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했고, 출퇴근 시간을 입력했으며, 휴가를 위해 B특허법인에 연차를 별도로 신청했다. 그에 따라 B특허법인은 A의 지각, 특근시간, 반차 · 연차 사용횟수 등 근태를 집계하여 관리했다.
재판부는 "A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B특허법인과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여 그에 따라 매월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았으며, 근로소득세도 납부하였다"고 지적하고 "A가 임원으로 취임한 이후 이 사건 회사로부터 매년 세전 2,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으나, 이 또한 사업실적과 관계없이 매년 고정적 · 정기적 · 일률적으로 지급된바, 실질적으로는 급여를 보전하는 성격의 금원으로 보일 따름"이라고 밝혔다. 또 "B특허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은 매니징 파트너와 시니어 파트너 5인이 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일 뿐, A가 B특허법인 주요 경영사항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A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것이다.
사망과 인과관계 인정 안 돼
재판부는 그러나 A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A가 쓰러지기 전 1주 동안 업무시간은 42시간 39분으로서 그 이전보다 특별히 증가하지 않았고, A가 쓰러질 무렵 특별히 업무의 양, 강도, 환경이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변동되었다거나, 심장에 부담을 줄 정도의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A는 수 년 전부터 건강검진 결과 계속하여 고혈압과 이상지질혈 증 판정을 받았음에도 그에 필요한 검사, 진료, 처방을 전혀 받지 않았고, 흡연과 음주를 계속하는 등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는바, 결국 건강상태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악화되어 결국 대동맥박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고는 A가 과로로 인하여 대상포진이 발병하였음에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하여 과로하면서 심장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상포진 발병 원인이 업무상 과로라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A의 혈압이 높아졌고, 결국에는 고혈압이 악화되어 대동맥박리와 심낭압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는 2017년 6월 15일 오전 1시 10분쯤 한 쪽 다리가 저리고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사망했다. 이에 A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법무법인 더보상이 원고를 대리했다.
판결문 전문은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참조.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