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
"국내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
  • 기사출고 2024.06.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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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사건 배당 등 운영위원회 업무 지시 거부 불가"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건 배당 등 업무 지시를 받은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5월 23일 법정에서 변론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국내 유명 대형 로펌 중 한 곳인 B법무법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했던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82813)에서 이같이 판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가 원고 측을 대리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18년간 판사로 재직하다가 사직한 후 2016년 B법무법인에 입사해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한 A씨는, 2020년 6월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종합부동산세 등 부과처분 취소 사건의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종 변론을 하던 중 법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흘 후인 6월 8일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 압박으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했다. A씨의 배우자는 "A씨가 임금을 목적으로 B법무법인의 지휘와 감독 하에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의 업무내용은 대부분 운영위원회에서 배당받은 사건들로서 실질적으로 B법무법인에 의해 정해진 것이었고, 사건 배당 결정을 비롯한 운영위원회의 업무 지시를 A가 임의로 거부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는 B법무법인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왔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B법무법인에는 내부에 인사, 마케팅, 예산 수립과 집행 등 법인의 주요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운영위원회가 있고, 이는 6명 내외의 파트너 변호사들로 구성되는데, A는 B법무법인에 입사한 이래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했으나 운영위원회에 속한 적이 없다. A씨는 2018년경부터 조세팀 공동팀장으로서 조세 사건과 관련된 자문과 송무 업무를 전담해 왔다. 

A씨는 또 복무 관련 규정과 그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적용되는 징계 규정 등의 적용을 받았고, 일정한 시간에 B법무법인이 정한 사무실로 출근했으며, 휴가와 출장, 타임시트의 기재와 사건 수임 등에 있어서도 내부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수했다. A는 매일 근무 내용과 시간을 상세히 기재한 타임시트를 작성하여 통합 프로그램에 입력했다. 이는 고객에 대한 보수 청구의 기초이면서 동시에 B법무법인이 변호사의 근무상황을 관리하고, 변호사의 업무능력과 기여도를 평가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였다. A씨는 B법무법인으로부터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했으며,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도 가입했다.

재판부는 "A가 B법무법인의 인사, 마케팅, 예산집행 등 주요 경영사항에 관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없다. 또한 A는 제3자를 독자적으로 고용하거나 A의 업무를 임의로 타인에게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고 지적하고, "A가 B법무법인으로부터 개개 사건의 업무수행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 · 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문적인 지적 활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변호사 업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일 뿐 A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음은 업무와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여부.

재판부는 "비록 A에게 기존에 뇌동맥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뇌동맥류를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파열에 이르게 하였고,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뇌간 압박(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의 업무와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는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그 이전 12주간의 주당 평균 업무시간보다 30% 이상 더 많이 근무할 정도로 상당히 과로하였다"고 밝혔다. 또 "당시 A는 당초 1, 2심에서 승소하였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로 파기되고,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둔 단계에서 중요 사건에서 배제되는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부정적인 상황을 연달아 겪었다"며 "위 사건들의 규모와 중요성 등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상황 역시 A에게 큰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