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체인 제조업체인 S사의 사내이사 겸 주주인 A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배우자 B에게 회사 주식 25,000주를 1주당 26,540원에 증여한 후 회사가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주식 25,000주를 증여받은 가액과 동일한 가액인 주당 26,540원(전체 매입금액 663,500,000원)에 매입해 소각했다. 이 경우 과세관청이 A가 회사에 주식을 직접 양도한 것으로 보아 A에게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이 적법할까. B는 A로부터 증여받은 증여재산가액 663,500,000원에서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63,500,000원에 대해 증여세 6,159,500원을 신고 · 납부했으나, 증여받은 가액과 동일한 가액으로 주식을 S사에 양도하여 의제배당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합소득세는 납부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고은설 부장판사)는 5월 30일 A가 "가산세 포함 2019년 귀속 종합소득세 2억 4,2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3구합74345)에서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에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하며(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참조),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에는 손실 등의 위험 부담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외부적인 요인이나 행위 등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쉽게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두57516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증여 및 양도행위를 A가 S사에 직접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배우자에게 주식과 현금 중 무엇을 증여할 것인지, 증여받은 재산을 보유할지 처분할지는 기본적으로 거래의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는 법률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다른 법률 규정을 위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우자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증여하고 주식을 증여받은 배우자가 이를 양도하면서 배우자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이용하여 세금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는 점만으로 이러한 행위를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근거로 이 사건 증여와 양도를 모두 부인하고, '원고가 회사에 주식을 직접 양도하여 주식양도대금을 취득하고, 다시 B에게 그 주식양도대금을 증여한 것'으로 재구성하였으나,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해석되는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의하여 이 사건과 같이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모두 부인하여 이를 다시 피고가 의도하는 새로운 여러 단계의 거래로 재구성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B는 A에게서 증여로 받은 주식을 S사에 양도하여 2019. 6. 21. 주식양도대금 663,500,000원을 수령한 때로부터 약 1년 6개월 뒤인 2020. 12. 30. 원고에게 현금 6억원을 증여했고, 피고는 B의 현금증여를 근거로 B가 수령한 주식양도대금이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위 주식양도대금이 그대로 B의 현금증여에 사용되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는 제출되어 있지 않고, B가 위 주식양도대금 외에 다른 재산으로 원고에게 위 현금을 증여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주식양도대금 수령 후 원고에 대한 현금 증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주식양도대금이 B가 아니라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주식의 소유 관계, 가액 평가의 적정성, 이 사건 주식의 양도대금의 귀속 관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증여 및 양도는 모두 유효한 법률행위이자 그 실질이 인정될 수 있는 거래로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S사는 부부인 A와 B, 두 사람의 자녀 4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로, 이익소각의 방법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고 그 과정에서 B에게 대가를 지급하여 S사의 이익잉여금을 감소시켰다.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자사주 소각의 대가 중 주식의 취득가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의제배당소득에 해당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