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즉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특허출원에서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있을까? 특허청을 대리해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최근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도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무효라는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낸 임형주 변호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스를 타고 있는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의 무효를 확인한, 아시아에선 첫 판결"이라며 "AI의 발명자 인정 여부는 물론 AI가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느냐에 대한 매우 중요한 판단이 들어 있는 판결"이라고 거듭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 첫 판결
"AI의 생성물이 비록 기존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또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합의가 이루어진 뒤에 그에 따라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부여를 결정하여야 할 문제이지, 현행 법률을 무리하게 확장해석하여 섣부르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죠. 재판부에서 피고 측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합당한 판단을 내린 결과입니다."
임 변호사에 따르면, 이 소송의 원고인 미국적의 스티븐 테일러(Stephen L. Thaler) 박사는 그가 보유한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에 스스로 2개의 발명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국제특허출원(PCT) 절차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자국 내 심사절차가 없는 극히 일부의 국가들을 제외한, 심사를 진행한 모든 나라의 특허청에서 AI를 발명자로 기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특허출원을 무효로 판단하자 각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국제적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에서도 한국 법원과 같은 취지의 특허출원 무효 판결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이 2023년 6월 30일 특허출원 무효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도 지난 5월 16일 원고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 시점을 기준으로 아시아 최초의 판결이다. 일본에서는 서울고법 판결일과 같은 날인 지난 5월 16일 현행 일본 특허법상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1심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임 변호사는 "지금까지 특허출원이 가능하다고 판결한 나라의 법원은 없다"고 소개하고, "특히 AI 생성물에 특허권을 부여할 경우 소수 기업의 독점으로 인하여 특허법이 소수의 권익만을 보호할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은 우리 법원의 판결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 판결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권리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AI 생성물에 대하여 누가 책임과 의무를 부담할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권리부터 인정하는 것은 섣부른 측면이 있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서 AI의 권리의 무능력, AI 생성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부여의 필요성 등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필요한 여러 제도적 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 사건이 저작권 등 다른 지식재산권 분야의 AI 생성물에 관하여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서울공대 출신 IP 변호사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2003년 제4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임 변호사는 복잡한 기술 분야의 쟁점을 쉽게 설명하여 고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고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신산업IP팀 팀장도 겸하고 있다.
◇"발명자는 '자연인'만 해당"=서울고법 재판부에서 그대로 인용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AI를 특허출원의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는 한마디로 현행 특허법령상 발명자는 '자연인'만이 해당된다고 보이고, 따라서 출원서의 발명자로 '인공지능'만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할 경우 향후 인간 지성의 위축을 초래하여 미래 인간의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 연구 집약적인 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 발명이나 그 결과물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인공지능의 개발자인 인간이 책임을 회피함으로써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우려 등이 엄존하고, 소수 거대 기업 등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독점함으로써 특허법이 소수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는 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술 및 산업발전의 도모에 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재판부도 "인공지능의 출현 및 발전 정도,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의 인식 등에 비추어 현재의 특허법 규정만으로 인공지능을 발명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정당한 법률해석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