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가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는데도 재판부가 이를 기각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5월 9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4도1336)에서 A씨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한 채 A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해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광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2023. 8. 2. 원심에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면서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였다. 그런데도 원심은 2023. 8. 3.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하고, 그 후 공판기일에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다음 원심판결을 선고하였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하면서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의 소명 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고 기록상 이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하여 그 선정된 변호인으로 하여금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하였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기각한 채 이후의 공판 심리를 진행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위반함으로써 피고인으로 하여금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 33조 2항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규칙 17조 3항은 형사소송법 33조 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17조의2는 "형사소송법 33조 2항에 의하여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 피고인은 소명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