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유해성 알면서도 소비자에 알리지 않아"
"담배 유해성 알면서도 소비자에 알리지 않아"
  • 기사출고 2004.08.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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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원고측, 담배연구문서 464건 분석 결과 발표KT&G "일반 국민이 잘 알고 있는 수준…은폐한 적 없어"
1999년 12월 흡연으로 폐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제기한 이른바 '담배소송'의 법정외 대결이 뜨겁다.

원고측은 8월 16일 서울 서초동 법원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월 법원이 제출명령을 내린 KT&G의 담배연구문서 464건(1958~2000년 작성)을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국가와 KT&G(또는 그 전신)가 1960년대부터 담배의 유해성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들이 8월 16일 서울 서초동 법원기자실에서 담배연구문서 464건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원고측 주심변호사인 배금자 변호사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등은 "흡연으로 폐암에 걸리는 사실과 담배속의 각종 강력한 A급 발암물질의 존재를 알았으면서 이 사실을 무려 20년간 알리지 않았다"며, "KT&G는 오히려 89년7월 '흡연이 건강에 그렇게 유해한가?'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흡연이 그렇게 건강에 유해하지 않은 듯한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원고측은 "76년 1월 최초의 흡연경고문구에서는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고만 표기해 담배연기속의 발암물질을 은폐했으며, 89년 12월 흡연경고문구를 바꿔 '흡연은 페얌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부착했으나 여전히 담배속의 강력한 다수의 발암물질의 존재와 담배로 인한 심각한 기타 질환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산 담배가 외산 보다 유해물질 더 높아"

원고측은 또 "국산담배의 유해물질 외산담배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KT&G는 이러한 사실을 한번도 알리지 않았다"며, "국가와 KT&G는 1960년대를 전후해 담배를 시작해 단 한번도 경고를 받지 못한 채 30년 이상 담배를 피우다 폐암에 걸린 원고들에게 피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KT&G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보도자료를 내고 원고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KT&G는 이 자료에서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는 오래 전부터 이미 일반대중에 잘 알려져 왔다"며 , "KT&G가 알고 있는 흡연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 수준은 외신 및 국내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해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는 정보의 수준 및 양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KT&G는 특히 "78년 연구소가 전매청으로부터 독립되기 전까지는 관련 법령에 의거, 연구자료를 국회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에 발송 · 비치하였으며, 그 이후에도 연구 내용의 상당부분을 관련학회에서 발표하거나 또는 국회도서관 등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공개해 왔다"고 밝혔다.

"WTO 권고따라 경고문구 표기…재판부가 위법여부 판단할 것"

KT&G는 또 "WTO(세계보건기구)가 75년 6월1일에야 비로소 각국에 '흡연경고문구'를 표기할 것을 권고하게 돼 국내에서는 프랑스 등 선진국과 같이 76년1월1일부터 WTO의 권고를 수용해 경고문구를 표기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관련법률에 의거 충실하게 경고문구를 변경 · 표기해 왔다"고 강조했다.

KT&G는"흡연이 건강에 그렇게 유해한가"라는 소책자를 배포한 데 대해서도 "비흡연자들에게 흡연을 유도하기 위한 선정적인 판촉활동이 아니고, 애연가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한 홍보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자발적으로 이 책자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며 "담당재판부가 위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담배소송은 그동안 KT&G의 내부 문서의 공개를 둘러싸고 양측이 정보공개소송에서 또한차례 맞붙는 등 소 제기후 약 4년 8개월을 끌며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나 핵심 쟁점은 무엇보다도 흡연과 폐암 발생과의 인과관계 여부로 압축되고 있다.

때문에 원고측은 이날 발표한 문서 내용에 대한 분석 결과 폐암 발생의 인과관계 입증에 한 발 다가섰다는 주장이며, 빠르면 올해안으로 결심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원고들이 담배로 인해 폐암에 걸렸는 지 여부에 대한 개별적인 신체검증결과가 나와야 하는 등 재판의 윤관이 드러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민사 12부 심리로 진행중이며, 검증 절차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음 변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