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망 당시 65세)씨는 2022년 10월 18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수성패밀리파크 내 산책로에서 시행된 수성구 산불감시원 채용 체력검정에 참가해, 15kg의 등짐펌프를 메고 1㎞의 산책로를 20분 내에 걸어서 들어오는 과정을 마치고 난 후 휴식을 취하던 중 오후 1시 42분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응시자 2명이 곧바로 A씨에게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119에 신고, 구급대원이 오후 1시 54분쯤 현장에 도착해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A씨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으나, A씨는 오후 2시 48분 숨졌다. A씨의 직접 사인은 심실세동으로, 심실세동은 심정지 시 나타나는 심전도 소견이다. A씨의 부인과 두 자녀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수성구를 상대로 소송(2022가단151726)을 냈다.
대구지법 김진희 부장판사는 4월 17일 수성구의 책임을 20% 인정, "피고는 원고들에게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먼저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한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에 관련 공무원에 대하여 작위의무를 명하는 법령 규정이 없다면 공무원의 부작위로 인하여 침해된 국민의 법익 또는 국민에게 발생한 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하고 절박한 것인지, 관련 공무원이 그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7다211559 판결 등 참조)"고 지적하고,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그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국민에 대하여 손해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 내지 국민의 안전을 배려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661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김 판사는 "산불감시원 체력검정의 내용과 강도, 응시자의 평균 연령, 객관적인 체력이나 건강상태에 따른 응시제한을 두지 않은 점, 특히 실제 응시자의 사망 사고가 4건이나 발생하였다는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산불감시원 체력검정 중 응시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 소속 공무원은 피고가 시행하는 산불감시원 체력검정에 있어서 응급의료종사자와 응급의료장비를 현장에 배치함으로써 안전사고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에 따르면, 수성구는 산불감시원 지원자격에 '18세 이상의 산불감시, 진화 업무가 가능한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는 조건을 두었을 뿐 체력검정 전 연령이나 건강상태, 질병력을 확인하여 체력검정 응시를 제한하지 않았다. 김 판사는 "피고도 자인하다시피 산불감시원 응시자의 평균 연령이 60대인바,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고, 갑자기 운동량이 증가할 경우 심정지 등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산불감시원 체력검정은 15kg의 등짐펌프를 메고 평지 1km를 걸어서 20분 이내에 들어오면 합격하는 것인데, 이는 응시자의 연령이나 체력, 건강상태 등에 따라서는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1년경까지 산불감시원 체력검정 중 응시자가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약 4건 발생했다.
다음은 인과관계 인정 여부.
김 판사는 "피고 소속 공무원이 응급의료종사자와 장비를 확보하여 사고 즉시 적절한 응급의료 행위를 하였더라면 A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할 증거는 없으나, 심정지의 경우 적절한 응급처치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하는 요인이고, 실제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점, 심정지와 응급구조의 특성상 응급처치가 이루어졌을 경우 중한 결과의 발생이나 방지 가능성 모두 예측하기 어렵고, 따라서 전문적이고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더라도 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으로 피고의 위반과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배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피고에게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안전사고로 인한 구체적인 사망의 결과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안전사고를 당한 응시자로 하여금 최선의 응급처치를 받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점, A에게 당뇨와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이나 신체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기저질환 내지 체질적 요인과 피고의 의무 위반이 함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고, 의무 위반과 사망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다만, 심정지 자체는 A의 기저질환이나 체질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심정지와 응급처치에 관한 피고의 의무 위반이라는 각각의 원인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정도, A의 평소 건강 상태 등을 고려, 피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태유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