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택시기사들의 사납금을 감액한 뒤 감액분을 임금에서 공제했다가 다시 택시기사들에게 돌려주게 됐다.
A택시회사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4월 1일부터 같은 해 5월 20일까지 회사 소속 택시기사들이 회사에 납부해야 하는 사납금을 1일 176,000원에서 156,000원으로 2만원 감액, B씨 등 택시기사 3명은 각각 420,000원, 405,000원, 375,000원을 감액받았다.
A사는 2022년 8월 B씨 등 3명이 회사를 퇴직하게 되자, B씨 등 3명의 임금을 정산하면서 "사납금 감액분은 회사가 미리 지급해준 '선급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일방적으로 공제한 채 8월분 임금을 지급했다. 이에 B씨 등 3명이 임금에서 공제한 사납금 감액분(미지급금)의 지급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이 계속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가 B씨 등의 손을 들어주자 A사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민사1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도 5월 18일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들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사의 항소를 기각했다(2022나32839).
A사는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들과 '피고가 1일 2만원씩을 근로자들에게 선지급하고, 근로자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받으면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기'로 합의했고, 이 합의에는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거나 피고가 임의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선지급한 금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2020. 8.분 임금에서 미지급금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만을 원고들에게 각 지급한 것은 이 합의에 의한 것으로, 이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임금을 선지급한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미지급금이 임금의 일부를 선지급한 것이고, 이 사건 합의에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거나 피고가 임의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에서 선지급한 금액을 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면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하므로,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경제적 · 사회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사용자는 같은 항 단서에 따라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여 지급할 수 있지만, 그 예외의 경우를 넓게 인정하게 되면 임금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2다219540, 219557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임금 중 일부를 공제할 수 있는 경우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이 사건 합의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을 경우 피고가 선지급한 금액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것에서 나아가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지적하고, "피고와 근로자들 사이에 적용되는 단체협약 제45조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임금에서 공제할 수 있는 금액은 근로자 본인이 승인한 금액에 한정되나, 피고가 미지급금을 임금에서 공제하는 것에 관하여 원고들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사는 또 "이 사건 합의는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사납금 인하인데, 원고들이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기 전에 임의로 퇴직한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 조건은 성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조건 성취를 이유로 선지급한 금액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원고들의 2020. 8. 분 임금에서 미지급금을 공제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이 사건 합의를 근로자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한 해제조건부 사납금 인하라고 보기는 어렵고, 원고들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받기 전에 퇴직한 것이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조건 성취를 방해한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