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재하청업체 근로자가 사고 당했어도 원청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해야"
[보험] "재하청업체 근로자가 사고 당했어도 원청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해야"
  • 기사출고 2023.09.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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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원청 요구 따라 작업 수행…공동피보험자 해당"

원청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재하청업체의 근로자라도 원청업체의 요구에 따라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 원청업체의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8월 18일 공사현장에서 배전반 운반 · 설치 작업을 하다가 다쳐 하반신 마비 등의 상해를 입은 재하청업체 근로자 A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원청업체인 B사와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9다219199)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DB손해보험과 B사가 맺은 보험계약의 보험증권에 따르면, 피보험자는 '원, 하청업체', 담보대상은 'B사 및 원, 하청업체의 근로자'이며, 담보사업은 'B사가 전국 일원의 사업장에서 행하는 통신공사, 신재생에너지, 수배전반사업 등'이다. B사는 자사가 시행 중인 한 대학 신축공사의 공사현장에 배전반을 제작 · 운반 · 설치하기로 하는 도급계약을 배전반 제조 전문 사업자인 C씨와 체결했다.

C씨는 그러나 배전반의 운반 · 설치에 관하여는 전문적 지식이나 능력이 없었으므로, B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미리 B사에 배전반 운반 · 설치 작업은 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렸고, 이에 B사는 C씨에게 위 작업을 할 전문업체를 구해 배전반의 운반 · 설치 작업까지 마쳐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협의 결과에 따라 C씨가 B사에 제출한 견적서에 '도비용역 포함'이라는 기재가 명시되었다.

C씨는 이전부터 배전반 운반 · 설치 작업을 의뢰해온 중량물 운반 · 설치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D씨에게 B사에 납품하는 배전반의 운반 · 설치 작업을 의뢰했다. D씨는 2014년 2월 25일, 2013년부터 자신의 일용직으로 근무해 온 A씨를 포함한 4명의 근로자로 하여금 위 작업을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A씨가 오전 9시 15분쯤 공사현장에서 배전반 운반 · 설치 작업을 수행하던 중 배전반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A씨를 덮치는 사고가 나 A씨가 다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비록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C이고, D는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는 아니지만, 도급계약 체결 당시부터 이 사건 보험계약상 담보사업에 속하는 배전반 제작 · 운반 · 설치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 · 설치 작업이 B사의 요구에 따라 그 부분에 관한 전문성을 가지고 사고발생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D가 담당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실제로 D가 해당 작업을 수행하였으므로, 배전반 운반 · 설치 작업은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하고, D와 그 근로자인 원고는 각 수행한 작업의 내용, 실질적 지위, 재해의 위험을 인수하는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비추어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및 담보대상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그럼에도 D가 B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B사의 하청업체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D의 근로자인 원고가 보험계약의 담보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에는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계약상 피보험자와 관련한 보험증권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D가 보험계약상 공동피보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