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수출입업체인 A사와 B사는 2019년 6월 14일부터 2020년 7월 2일까지 약 1년간 중국에 있는 3개 업체가 제조한 니코틴 원액을 사용해 제조한 일회용 흡연 디바이스와 전자담배용액을 A사가 144건, B사가 40건, 총 188건 수입하면서, 니코틴 원액이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한 것이라는 이유로 담배사업법 2조의 적용대상이 아닌 '연초 대줄기에서 추출한 니코틴'으로 수입신고를 했다. 담배사업법 2조 1호는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세관장이 A, B사에 대해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관세조사를 실시, "A, B사가 수입한 물품에 연초 잎의 일부분인 잎맥 등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물품이 담배사업법이 정한 '담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A, B사는 이를 연초의 줄기 또는 뿌리로부터 추출한 니코틴이라고 신고함으로써 개별소비세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며 2021년 10월 A, B사에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와 가산세 합계 약 76억원을 부과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 A, B사에 대한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의 부과 사실과 A, B사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누락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A사에 61억 5,800여만원, B사에 17억 4,400여만원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각각 부과하자, 두 회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2구합51598)을 냈다. 국민건강증진법 23조 1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제조자 및 수입판매업자가 판매하는 담배사업법 2조에 따른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 ·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B사는 "피고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처분을 하면서 니코틴 원액이 줄기가 아닌 연초의 잎맥 등으로부터 추출되었음을 전혀 증명하지 않았다"며 "원료계약서의 '연경(烟梗), stem'이 담배 잎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대줄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이 수입한 물품에는 담뱃잎 자체가 들어있지 않고, 담뱃잎의 무수한 성분 중 단 1개 니코틴 성분만이 일치하는 담배대용품에 불과하여 담배사업법 2조의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건강증진부담금의 부과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물품의 수입통관과정에서 니코틴 원액이 담배 줄기에서 추출한 것임을 증빙하는 서류로 니코틴 추출 원료 공급자와 니코틴 원액 제조자가 체결한 각 원료공급계약서를 제출했는데, 각 원료공급계약서에는 공급 원료를 연경, 담뱃재, 담배가루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그러나 5월 19일 "원고들이 수입한 물품은 담배사업법 제2조의 담배에 해당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재판부는 "운남성담배전매국 발행 연초폐기물관리법의 통지 관련 규정에 따르면 '연초의 줄기'는 초벌건조한 담뱃잎의 주맥과 지맥, 즉 잎맥을 의미하는 것이고, 중국 백과사전의 기재나 주중국대사관의 회신 내용을 보더라도 중국에서 '연경'은 통상 담배 잎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뿐, 그와 달리 연경이 대줄기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중국의 3개 업체가 제조한 니코틴 원액(쟁점 니코틴)의 원료에 연초의 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피고에 의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되었다 할 것이고, 원고들이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이를 뒤집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가 쟁점 니코틴을 사용한 물품을 담배사업법 2조의 담배에 해당함을 전제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부과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쟁점 니코틴을 제조한 중국 3개 업체 중 한 곳의 홈페이지에도 니코틴 원료로 담배 잎맥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칭하여 'stem'이라고 표시하고 있을 뿐 담배 대줄기를 원료로 한다는 기재는 없다.
재판부는 또 "담배에 해당하는지는 그 원료에 연초의 잎이 포함되었는지로 판단하여야 하고, 담배의 완성품의 형태에 잎의 형상이 남아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며 "연초의 잎에서 '니코틴' 성분만을 추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잎 부분이 원료로 사용되어 증기로 흡입하기에 적합하게 제조된 이상 '담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담배사업법 및 국민건강증진법의 취지와 관련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담배사업법에서 담배에 관한 제조 판매 등에 있어 규제를 두면서도 국민건강증진법에서 별도로 담배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부과 대상으로써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재원으로 삼는 이유는 결국 담배의 원재료인 '연초의 잎' 성분이 갖는 의존성 등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고, 니코틴 성분 역시 그와 같은 악영향에 기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따라서 '연초의 잎'으로부터 추출된 천연니코틴을 국민건강증진부담금에서 제외할만한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