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최소기준대우 위반"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최소기준대우 위반"
  • 기사출고 2023.06.23 16: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엘리엇 ISDS, 손해배상 판정 이유
손해액 산정은 한국 정부 주장 인용

한국 정부에 미화 53,586,931달러(한화 약 690억원)의 손해배상을 명한 엘리엇 ISDS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다.

6월 23일 법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헤이그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 6월 20일 관할 성립 여부와 한미 FTA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엘리엇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에 690억원의 손해배상과 2015. 7. 16.부터 판정일까지 약 8년간 5% 연복리의 이자 지급을 명했다.

중재판정부는 먼저 관할 및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행위의 국가 귀속과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국민연금의 합병표결에 개입한 행위는 협정상 국가 책임의 근거가 되는 '조치'에 해당하고, ▲국민연금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므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행위는 우리 정부에 귀속된다고 보았다.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은 한국법상 공식적으로 또는 법률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국가에 귀속되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 및 운용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능적 및 재정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이 사건에서 보건복지부의 지침과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판단했다.

또 한미 FTA 협정 위반과 관련, 본건 합병 관련 국내 형사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인용하여 우리 정부가 협정상 최소기준대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한미 FTA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을 포함한 국제관습법상 외국인에게 인정되는 대우를 최소기준대우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인과관계와 관련, 국내 형사 확정판결을 인용, ▲국민연금이 사실상 본건 합병에 관하여 캐스팅 보트를 가지고 있어 국민연금의 표결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국민연금의 행위가 우리 정부에 귀속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손해액 산정과 관련해선, 한국 정부 주장이 인정되었다.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최종적인 손해액에서 청구액 7.7억 달러(한화 약 9,917억원)의 약 7%만 인정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재판정부는 본건 합병이 부결되었더라면 실현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엘리엇이 주장하는 삼성물산 주식의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엘리엇 측 주장을 기각하고, 한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물산 주식의 실제 주가를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 ISDS의 판정문은 양 당사자가 보호 정보로 지정한 비밀정보의 비공개처리를 거쳐 PCA 홈페이지(www.pca-cpa.org)에 공개될 예정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