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학교에서 회계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는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은 다른 교육공무직 근로자들과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없어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12월 15일 광주광역시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한다고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낸 소송의 상고심(2022두53716)에서 이같이 판시, 광주시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전국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동조합이 피고보조참가했다.
전국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동조합이 2019년 9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광주시의 교섭단위 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전남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내리자 광주시가 소송을 냈다. 광주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 중 노조에 가입된 이들은 약 4,000명이며, 그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대부분인 약 110명은 전국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전국공립학교호봉제회계직노조의 조직대상은 '공립학교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인데, 이는 광주 지역 내 교육공무직 근로자가 가입한 다른 3개의 노조의 조직대상 중 일부에 해당해 다른 노조의 조직대상에 포함된다.
전원 비공무원인 광주 지역내 교육공무직 근로자는 약 50개의 직종으로, 회계직 외에도 영양사, 조리사, 조리원, 교무실무사, 과학실무사, 사서, 행정실무사, 특수교육실무사, 교육복지사, 돌봄전담사, 방과 후 학교전담, 학교운동부 지도사 등이 있으며, 이들이 담당하는 50여개 업무는 대부분 '학교 · 교육 · 학사행정업무' 또는 '시설관리 · 안전 · 방호업무'인데, 그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대부분이 담당하는 '사무실무사' 업무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세입 · 수납 · 문서 수발 · 소모품 관리 · 제증명 발급 · 법령집 및 관보 관리 · 교장실 및 교무실 잡무 · 행정실 잡무 등'이다. 호봉제회계직은 과거 학부모들의 육성회비로 급여를 지급해 '육성회직원'이라고도 불렸다.
대법원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에 기본급 액수 등의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등 세부항목에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는 양자의 각 연혁적 근거와 법적근거가 서로 달랐던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외형상 임금체계와 그 세부항목이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동종 · 유사 업무를 담당하는 비슷한 경력의 근로자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경로와 방법으로 월 평균 임금 수준을 거의 동일하게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양자 사이에 비슷한 수준의 임금이 형성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 수준에 실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는 학교 · 교육 · 학사행정업무 또는 그 보조업무에 해당하여 다른 교육공무직원이 담당하는 업무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특히 '행정실무사 · 교무실무사'의 업무와는 구별이 어려울 정도의 동종 · 동일 업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와 같이 근로조건의 핵심에 해당하는 업무의 내용이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를 비롯한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은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 관리규정',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관리 조례',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전보관리규정' 및 교육공무직원의 정원에 관한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공무직원 정수 및 채용권 전환 관리규정'을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어, 결과적으로도 근무시간, 근무형태, 퇴직금, 휴일 · 휴직, 승진 여부, 정년 · 정원관리 등 나머지 근로조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들이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하여 교섭한 관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원고 지역 내 교육공무직원 중 호봉제회계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업무의 동질성 · 유사성 및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신규채용이 장기간 중단되는 등의 사정으로 인하여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은 비호봉제 근로자의 업무조건에 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교섭창구를 단일화함으로써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 ·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원고 지역 내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을 통일적으로 형성할 필요성이 오히려 커 보이고, 이는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는 반면,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에는 원고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동일 · 유사한 업무를 담당하는 다른 교육공무직원 사이의 근로조건의 통일적 · 합리적 형성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하여 노동조합 사이 또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반함은 물론 결과적으로 원고 지역 내 전체 교육공무직원의 헌법상 근로의 권리 및 단체교섭권이 약화될 소지도 있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호봉제회계직 근로자와 비호봉제 근로자 사이에 기본급 액수 등의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등 세부항목 등의 일부 차이에만 주목한 나머지 양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보는 등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정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광주 지역 내 호봉제회계직 근로자는 2005년경 이후부터 신규 채용이 중단된 상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