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무발명 보상금 관련 소송이 증가하면서 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발명진흥법은 "발명을 장려하고 발명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권리화와 사업화를 촉진함으로써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발명진흥법은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사용자로 하여금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 산정방법 규정 없어
발명진흥법에서는 직무발명에 따른 정당한 보상액을 결정할 때에는 발명에 의하여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 및 종업원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나(법 제15조 제1, 6항), 직무발명보상금 산정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다. 법원 등의 실무에서 보상금을 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 내지 산식은 아래와 같다.
여기서 사용자 이익액이란 사용자와 종업원 간의 분배의 대상이 되는 이익액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사용자는 직무발명을 승계하지 않더라도 특허권에 대하여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지므로(발명진흥법 제10조 제1항), 통상실시권을 넘어 직무발명을 독점적 ·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지위를 취득함으로써 얻을 이익이 있는 경우 직무발명보상금 청구권이 인정된다"는 법리를 제시한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20347 판결).
그런데 위와 같은 일반론에 의하더라도 직무발명보상금에 있어서 사용자 이익액을 정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특히 사용자가 해당 발명을 처분하거나 제3자에게 실시허락을 하지 않았으나,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실시하는 경우의 사용자 이익 산정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 대한 실무는 주로 아래 산정방법을 통하여 사용자 이익을 산정하고 있다.
여기서 독점권 기여율은 사용자가 직무발명 특허권을 실시함으로써 획득한 전체 매출액 중에서,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하지 않았더라면 가지게 되었을 통상실시권을 넘어서 직무발명 특허권을 독점적 · 배타적으로 실시하는 지위를 취득함에 따른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상의 실시료는 사용자와 제3자가 직무발명에 대한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상황을 가정하여, 이러한 가정적 상황에서 사용자가 제3자로부터 직무발명 특허권에 대한 실시대가로 받을 수 있었던 실시료를 의미한다.
최근 발표된 '직무발명보상금의 산정과 재판례분석–2011~2020년간 제1, 2심 판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원의 독점권 기여율의 산정은 '0.1%에서 50%까지' 분포를, 가상의 실시료율의 산정은 '0.1%에서 15%까지'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단순 분포로 설명할 것은 아니지만, 독점권 기여율, 가상의 실시료 모두 산정이 쉽지않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독점권 기여율 등 산정 쉽지 않아
한편 사용자 이익을 위와 같은 산식을 통해 산정하는 것은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승계함으로써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넘어서 직무발명을 독점적 ·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지위를 얻음으로써 얻게 되는 초과이익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러한 원칙에 충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위 산식을 통해 사용자 이익을 산정한다는 비판도 있어 왔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넘는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직무발명보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21. 선고 2015가합3186 판결, 특허법원 2018. 11. 30. 선고 2017나2349 판결, 특허법원 2018. 6. 22. 선고 2018나1176 판결, 특허법원 2019. 8. 29. 선고 2018나2308 판결, 특허법원 2020. 3. 20. 선고 2019나1265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19가합563099 판결 등). 그 중 가장 최근의 판결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19가합563099 판결에 대해 소개한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전 직원(이하 '원고')이 의료기기 제조업체(이하 '피고')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병원, 응급실 등에서 사용되는 X-ray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영상장치를 제조 · 판매하였고, 피고가 판매하는 의료기기는 의료진이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신체 내부 이미지를 식별하면서 수술 또는 시술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상장치이다. 원고의 직무발명은 위 의료영상장치의 프레임을 결합하거나 분리하는 기구장치에 관한 발명(제1 특허)과 의료기기를 지면에 고정하는 브레이크 장치에 관한 발명(제2 특허)이었다.
당해 소송에서 원고는 제1 및 제2 특허는 종래 기술에 비하여 개선된 효과를 제공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의 의료기기 판매량이 급증하였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직무발명이 피고가 판매하는 의료기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영상처리와 무관하고 경쟁사들이 채택하지 않은 방식이며 대체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고가 얻는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직무발명보상금 청구 기각
법원은 우선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에서는 원고가 직무발명으로 인해 사용자에게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주장 · 입증하여야 하고, 사용자는 직무발명을 승계하지 않더라도 특허권에 대하여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지므로 '사용자가 얻을 이익'이란 통상실시권을 넘어 직무발명을 독점적 · 배타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지위를 취득함으로써 얻을 이익을 의미한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판시한 뒤, (i)원고의 발명은 피고 제품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비중이 크지 않고, (ii)피고 제품의 구매자들이 제품을 구매함에 있어서 주요 고려요소가 아닌 점, (iii)원고의 발명이 피고 제품의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없는 점, (iv)직무발명을 적용한 피고 제품이 경쟁사 제품에 비하여 기술적 우위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은 점, (v)대체 기술이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사건 특허발명으로 인하여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사용자 이익액 산정시 고려하는 독점적 기여율을 판단함에 있어서 해당 직무발명이 가져온 기술혁신의 정도, 직무발명으로 인하여 개선된 작용효과, 직무발명의 객관적인 기술적 가치 등 난해한 쟁점들에 관하여 면밀하게 심리한 후 구체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발명자를 보호하고 보상금이라는 인센티브를 통해 발명을 장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산업의 기술 경쟁력, 국민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공헌도 높은 발명과 사용자에게 초과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발명을 달리 취급함으로써, 직무발명보상금 제도가 종업원과 사용자 모두에게 이로운 제도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제도의 운영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원 · 이해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w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