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급여원부에 '운전', '기계공'으로 기재되어 있었더라도 쇄석 채취장 근무 후 진폐증을 얻어 사망한 경우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사망 당시 69세)씨는 쇄석 채취업 등을 하는 B사에서 1983년 11월 4일경부터 근무하다가 1990년 4월 11일부터 2015년 5월 31일까지 아파트 기계실에서 보일러 조작 업무를 했으며, 퇴사한 후 충북에서 요양생활을 했다. A씨는 2002년 7월 25일 진폐 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 제2형(2/1), 합병증 tbi(비활동성 폐결핵), 심폐기능 F0(정상)으로 장해등급 제11급 11호 결정을 받았다. 요양생활을 하던 중인 2019년 8월 30일 오전 8시쯤 의식 저하 상태로 발견된 A씨는 응급실로 후송되어 상세불명의 패혈증 등을 진단받고 치료받던 중 숨졌다. 이에 A씨의 배우자가 A씨가 진폐증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법원은 'A씨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위 판결에 항소했으나, 2021년 8월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후 A씨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와 함께 진폐의 예방과 진폐 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진폐예방법)에 따른 유족위로금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만 지급하고, 유족위로금에 대해선 'B가 유족위로금 지급대상 사업장에 해당하기는 하나, A는 운전, 기계공으로 근무하여 분진작업에 종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내리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위로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또 다시 소송(2021구합88982)을 냈다. A씨의 배우자는 "A씨가 진폐예방법이 정한 유족위로금 지급대상 사업장인 B에서 근무하는 동안 주로 분진작업의 일종인 채석작업에 종사하였으므로, A씨가 분진작업에 종사하지 아니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1985년 보험급여원부에 A가 운전 직종에 종사한 것으로, 1987년 보험급여원부에는 A가 기계공 직종에 종사한 것으로 각 기재되어 있으므로, A는 분진작업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부 정상규 부장판사)는 8월 25일 "A는 진폐예방법령에서 정한 분진작업을 하는 사업장인 B에서 분진작업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족위로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가 1983. 11. 4.경부터 수년간 근무한 B는 진폐예방법 제3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한 '분진작업을 하는 사업'을 영위하며, 보험급여원부의 기재내용은 A가 1985. 9. 18.경 제12흉추 압박골절상(1차 부상)을 입은 것과 1987. 10. 5.경 흉추 관절 염좌상(2차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하여 당시 A의 직종이 기재된 것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이를 근거로 A가 B에 입사한 1983. 11. 4.경부터 위 1차 부상을 당하기 전(1985. 9.경)까지, 2차 부상에 따른 요양이 종결된 후 B를 퇴직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도 A가 운전, 기계공 직종에 종사하였음을 추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폐예방법 제2조 제3호의 위임을 받아 '분진작업의 범위'에 대하여 규정한 진폐예방법 시행령 제1조의2 제4호 및 제6호는 '토석 · 암석 또는 광물을 차에 싣거나 내리는 작업, 그 밖에 광물성 분진이 날리는 장소에서 이를 취급하는 작업'을 분진작업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르면, A가 쇄석 채취장에서 트럭 등을 운전하면서 상 · 하차 업무를 수행하였거나, 채석장에서 채석작업을 위한 장비 또는 채석한 돌을 파쇄하는 장비를 조작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을 경우, 여전히 분진작업에 종사하였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보험급여원부에 A의 직종이 '운전', '기계공'으로 기재되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A가 분진작업에 종사하지 아니한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또한 선행 소송에서 A가 B에서 10년간 석공 업무에 종사한 것을 전제로 주장하였고, 해당 사건에서 법원도 제출된 증거 등을 종합하여 A가 B에서 약 5년간 채석작업을 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