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진 부장판사의 배우자가 보훈보상대상자로만 인정하고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은 보훈지청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판사가 수행한 업무가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정상규 부장판사)는 8월 25일 심근경색으로 숨진 A부장판사(사망 당시 54세)의 배우자가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을 취소하라"며 서울남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2구합5224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던 A부장판사는 2020년 11월 10일 오후 7시쯤 법원장이 주최한 재판업무 관련 간담회 만찬 도중 화장실에 간 후, 같은날 오후 9시 45분쯤 화장실 변기 위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A부장판사는 그후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결국 숨졌다. 부검 결과 A부장판사의 사인은 죽상경화성 심장병. 이에 A부장판사의 배우자가 서울남부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 등의 등록을 신청했으나, 서울남부보훈지청이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상 순직공무원 비해당 결정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상 재해사망공무원 해당 결정을 내리자, A부장판사의 배우자가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보훈지청은, A부장판사가 법관으로서 재판일정을 소화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긴장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수년간 담당해 왔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나,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본 보훈심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8호는 예우 대상 국가유공자를 18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중 군경은 전몰군경(제3호), 전상군경(제4호), 순직군경 (제5호), 공상군경(제6호)으로, 공무원은 순직공무원(제14호), 공상공무원(제15호)으로 나누고 있고, 그 제14호는 순직공무원을 '국가공무원법 제2조 및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따른 공무원(군인과 경찰 · 소방 공무원은 제외한다)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상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으로서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한다)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의 사망의 원인이 된 재판 업무 등 A가 수행한 직무가 국가유공자법 및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에서 정한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직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국가유공자 비해당결정처분은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는 서울서부지법의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 구속 사건, 선거 및 부패 관련 사건, 정치적 사건 등 심적 부담이 적지 아니한 사건들을 다수 담당하면서 야근 및 휴일 근무를 포함하여 과중한 업무를 장기간 지속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른 과로 및 피로 누적 등의 영향으로 인하여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A의 각종 업무들 특히 형사재판 업무는 죄의 유무를 가리고 국가형벌권이 적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직무로 그 직무의 성질상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관련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은 국가유공자 요건의 기준 및 범위를 정하고 있고 그중 제2호의 2-1은 '공무원(군인이나 경찰 · 소방공무원은 제외한다)으로서 재난관리 및 안전관리, 산불진화, 주요 인사경호, 감염병 환자의 치료 또는 감염병의 확산방지, 화학물질 ·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취급, 국외 위험지역에서의 외교 · 통상 · 정보활동 등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수행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제2호의 2-3은 '국제회의, 국제행사, 정부합동특별대책, 비상재난대책, 국정과제 등 중요하고 긴급한 국가의 현안업무 수행 중 단기간의 현저한 업무량의 증가로 인한 육체적 · 정신적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을 순직공무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앞서 본 [별표 1] 제2호의 2-1의 직무는 그 직무 자체가 생명과 신체에 고도의 위험이 따르는 직무인바, A가 법관으로서 행한 직무가 직접적으로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에 준하는 직무라고 보기도 어렵고, A가 비록 서울서부지법에서 정치인 관련사건 등 중요한 사건을 다수 담당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형사 재판부의 통상의 직무에 해당하고 앞서 본 [별표 1] 제2호의 2-3의 중요하게 긴급한 국가의 현안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밖에 구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 제2호의 내용을 모두 살펴보아도 A의 직무가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되었으나,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 제3호는 '재직 중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사망한 공무원' 등을 순직공무원으로 보고 있고,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직무와 같은 요건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며 "따라서 A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A를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