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해고사유를 잘 알고 거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를 통지하는 서면에 해고사유를 다소 축약적으로 기재했더라도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6-3부(재판장 홍성욱 부장판사)는 8월 31일 A사가 "B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2021누53988)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B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사는 2019년 5월 16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지사장(본부장)으로 근무하던 B씨의 인도네시아에서의 대금 지급 관련 업무처리와 관련하여 회의를 진행하면서, B로부터 업무처리 경위와 후속조치 계획에 관한 1차 및 2차 사유서를 제출받고, 이를 검토하여 퇴사를 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다음 같은날 오전 8시 20분부터 B의 업무를 정지시켰다. A사는 회의 결과 최종적으로 B를 해고하기로 결정하고 이와 같은 사실을 기재한 회의록에 B로부터 확인 서명을 받고 그 사본을 교부했다. 회의록에는 회의 일시, 장소와 참석자를 기재하고, 회의 내용으로 '세금계산서 문제'로 회의를 개최하고, 회사에서 구매한 물품에 대해서 송금처가 법인명의 계좌가 아닌 개인명의 계좌로 되어 있어 B가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B에 대한 퇴사경고와 정직명령을 하되 B에 대한 퇴사조치를 2019. 5. 16. 12:11으로 한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B가 부당해고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경기지노위가 부당해고임을 인정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A사가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가 '해고사유는 인정되나, 해고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B는 근로계약기간을 2019년 3월 1일부터 2020년 2월 29일까지로 하되 1년의 시용기간을 두는 조건으로 A사에 채용되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지사장으로 근무했다. B는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현지 공급업체인 C로부터 수기로 된 법인명의의 부가가치세 포함 2019. 3. 19. 자 29,207,750Rp(루피아), 4. 16. 자 75,012,300Rp, 5. 10. 자 36,951,200Rp의 각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아 부가세 포함 각 대금을 C의 법인명의가 아닌 개인명의 계좌로 이체하라고 경리직원에세 지시하면서, C의 법인 여부, 납세자 등록 여부 등에 관한 확인이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A사가 B의 시용기간 중 발생한 이와 같은 업무처리로 말미암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어려워지고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였다고 판단, 회의를 열어 B를 해고한 것이다. A사는 B에게 지급할 급여에서 각 세금계산서로 지급된 부가가치세 12,833,750Rp를 공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5두41401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나중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해고통지서 등 그 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면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는 해고통지서에 근로자의 처지에서 무엇 때문에 해고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나, 근로자가 이미 해고사유를 잘 알고 거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짧게 간략히 기재하였더라도 위법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 없다(2020두58274 판결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가인(B)은 이 사건 서면(회의록)의 사본에 의해 해고통지를 받을 당시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이 서면에 해고사유가 된 참가인의 업무상 잘못이 다소 축약적으로 기재되었고 회의록의 형식으로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서면의 사본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서면의 사본에 의한 해고통지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해고에 실체적인 하자가 있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①참가인은 2019. 3. 1.부터 현지법인의 지사장(본부장)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C로부터 각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으면서 C가 법인인지 여부, 납세자 등록을 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②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전자 세금계산서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도 참가인은 이를 숙지하지 아니하여 수기로 된 각 세금계산서를 발행받았으며, ③경리직원의 이의제기를 받았음에도 법인명의 계좌가 아닌 개인명의 계좌에 각 세금계산서의 각 대금을 이체하였고, ④참가인이 원고에게 제출한 각 사유서에는 각 세금계산서와 관련된 C에 대한 대금 지급 처리 업무를 위와 같이 처리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참가인의 위와 같은 C에 대한 대금 지급 처리 업무 행위는 이행각서 제2호, 제3호, 제7호를 위반한 행위에 해당하고, 참가인과 통상의 해고보다도 광범위한 자유가 인정되는 시용계약을 체결한 원고가 참가인이 현지법인 지사장으로서 업무능력과 자질, 인품 및 성실성이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또한 사회통념상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