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신용정보와 위임계약을 맺고 일한 채권추심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8월 19일 전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원 A, B씨가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고려신용정보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96819)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앤장이 고려신용정보를 대리했다.
A, B씨는 각각 고려신용정보와 위임계약을 맺고 A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B씨는 2002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채권관리와 추심업무를 수행하다가 퇴직한 뒤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 원고들이 상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인용,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은 1인당 약 200∼300건의 채권을 관리하였는데, 채권의 추심순서와 구체적인 추심방법(통화, 실사, 최고장 발송 등)을 스스로 결정하여 추심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추심순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추심업무의 내용 또는 방법 등을 특별히 지시하지 않았으며, 원고들의 근무태도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여 보수나 처우에 반영하거나 추심실적이 부진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채권추심원에게 정기적으로 상담내역 등 추심활동내역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게 하였으나, 이는 위임인으로서 위임사무의 처리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거나(민법 제683조) 채권추심활동 기록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에 관한 금융감독원의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그 입력 내용이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을 평가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거나 그에 근거하여 피고가 원고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거나 불이익을 가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근무했던 피고의 서초지사에서는 2016. 4.경 지사장이 주간 업무회의를 소집하고 채권추심원에게 개인별 예상 채권회수액을 피고의 전산시스템에 등록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는 지사장이 지사 전체의 월 매출예상액을 산출하기 위하여 채권추심원의 개인별 예상 실적을 취합한 것으로 보일 뿐, 채권추심원의 개인별 목표실적이 설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 달성을 강요할 목적으로 개인별 실적을 취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위임사무 처리에 필요한 관리를 벗어나 원고들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원고들은 근무기간 동안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받지 않고, 근무내용이나 근무시간과 관계없이 오로지 채권의 회수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받았으며, 그 수수료는 실적에 따라 매월 큰 편차가 있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수수료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의 경우 최소 수수료(455,360원)와 최다 수수료(25,614,230원)의 편차가 약 56배, B의 경우 최소 수수료(210,000원)와 최다 수수료(9,415,960원)의 편차가 약 44배에 이른다.
원고들을 포함한 채권추심원에게는 고려신용정보의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았다. 또 원고들은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고려신용정보를 사업자로 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