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 모집을 위탁받은 BC카드의 불완전판매행위로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료를 환급한 KB손해보험이 BC카드를 상대로 낸 대리점 수수료 반환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KB손해보험과 BC카드가 맺은 보험대리점 계약에 대한 해석을 하급심 판결과 달리해 이 계약에 따라 BC카드가 KB손해보험에 과실 비율 만큼 수수료를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험대리점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정하고, 불완전판매행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만 물어 BC카드에 20%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보다 BC카드의 책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KB손해보험이 2003년 BC카드와 맺은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은 'BC카드는 그 취급 보험계약의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에 의하여 KB손해보험이 영수한 보험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험계약자에게 환급하는 경우에는 당해 환급보험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KB손해보험에 즉시 환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8월 11일 KB손해보험이 "대리점 수수료 35억 3,600여만원 중 이미 환수한 12억 1,300여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23억 2,200여만원을 반환하라"며 BC카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2다229745)에서 이같이 판시, KB손해보험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화우와 법무법인 광장이 KB손해보험을, BC카드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화우 · 광장 vs 율촌
BC카드는 보험대리점 계약에 따라 KB손해보험의 저축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2009년 10월 한 회사와 콜센터 시설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텔레마케터들과 위촉계약을 체결하여 텔레마케터들로 하여금 저축보험의 모집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KB손해보험은 BC카드에 대리점 수수료 명목으로 35억 3,600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2012년 7월경부터 2013년 7월까지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의 보험상품 전화판매 영업행태에 관하여 검사를 실시한 결과 불완전판매행위가 적발되어 BC카드는 2014년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와 과태료 1,000만원 부과, 임직원에 대한 감봉 등 제재조치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이어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에 보험모집을 위탁한 보험회사들에 대해 불완전판매 보험계약 인수실태 등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고, KB손해보험은 2011년 7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검사대상기간 동안 BC카드를 비롯한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에서 ①보험이 아닌 은행의 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안내, ②비과세 복리상품만을 강조하고 중도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 미안내, ③사업비 등 공제금액에 대한 설명 없이 납입보험료 전체가 적립되는 것처럼 안내, ④공시이율 변동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없거나 확정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 ⑤우수고객 또는 신용도 높은 고객에만 제공되는 상품으로 안내 등의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확인된 실효 · 해지 보험계약 총 32,915건에 관하여 불완전판매행위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사실로 인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주의, 임직원에 대한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나아가 KB손해보험에 대해 위와 같이 불완전하게 판매된 보험계약과 관련하여 보험계약자들에게 납입보험료와 해지환급금의 차액을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했다. 이에 따라 우편 또는 유 · 무선 전화로 보험계약자들에게 불완전하게 판매한 보험상품의 내용을 고지하고, 그 보험계약의 유지 여부에 관한 의견을 물어 환급해달라는 보험계약자들에게 52억여원의 보험료를 환급한 KB손해보험이 BC카드를 상대로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에 따라 환급보험료에 상응하는 돈 중 (BC카드가) 이미 지급받은 대리점 수수료 35억 3,600만원 상당액에서 이미 환수한 12억 1,300여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23억 2,2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에 따라 BC카드가 KB손해보험에 23억 2,20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에서 규정한 '보험계약의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이란 '오로지 피고에게만 위험을 부담시키거나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인한 보험계약의 조건 등의 변경, 무효, 효력 상실 또는 해지 등'을 의미한다고 보아, 위 조항을 근거로 한 KB손해보험의 수수료 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계약이 취소되어 원고가 해당 보험계약자들에게 보험료를 반환하게 된 데에 원고에게도 책임이 있어 오로지 피고에게만 위험을 부담시키거나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는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본 것. 다만, 불완전판매행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은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BC카드의 손해배상책임을 20% 인정했으나, 배상액인 7억 700여만원(35억 3,600만원×20%)을 초과한 12억 1,300여만원을 이미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KB손해보험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에 대한 항소심의 해석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험대리점 계약 제6조 제2항의 문언상으로도 보험계약의 모집 · 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 귀책사유의 존부 · 정도 · 비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정함이 없고, 단지 피고가 취급한 보험계약의 효력이 전부 또는 일부라도 상실됨에 따라 원고가 이에 상응하는 보험료를 보험계약자에게 환급한 경우의 정산관계를 정한 것에 불과하며, 보험대리점 계약 및 부속약정의 전체적인 내용 · 체계 · 구조상으로도 위 조항이 오로지 보험대리점의 귀책사유로 보험계약이 일부라도 상실됨에 따라 보험료가 환급된 경우에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대리점 계약 제6조 제2항은 보험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실효에 따른 보험회사와 보험대리점 사이의 약정에 따른 정산관계에 대한 권리 · 의무를 규정한 것이어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이 적용 · 준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험계약의 모집 · 체결 과정은 물론 보험계약의 효력이 상실되어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환급하기까지의 경위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원고 · 피고의 귀책사유의 존부 · 정도 · 비율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피고로 하여금 위 조항에 따른 대리점 수수료 전액의 환급을 명하는 것이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반환범위를 제한할 수도 있으므로(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0다72572 판결 참조), 피고가 위 조항에 따라 대리점 수수료의 반환의무를 부담하더라도 반드시 그 전액을 반환하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따라서 보험대리점 계약 제6조 제2항에 따른 책임의 합리적 제한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위 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거나 혹은 그 계약상 책임의 발생 요건 자체를 문언과 달리 축소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이 보험대리점 계약 6조 2항에 따라 BC카드에게 대리점 수수료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BC카드는 KB손해보험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음을 주장해 책임비율에 따라 반환금액을 일부 감액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