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9. 전면 개정되어 2021. 12. 30.부터 시행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또는 "법")은 피해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에 대한 금지 및 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를 새로 도입하고(법 제108조), 부당공동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해당 사업자에 자료제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자료제출명령 제도를 도입하였다(법 제111조 내지 114조).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권 도입
법 제108조 제1항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자는 그 위반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자신에 대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위반행위를 신고하고 공정위의 시정조치 등 처분이 나오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법원에 직접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를 상대로 침해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클레이튼법, 독일의 경쟁제한금지법, 일본의 독점금지법 등에서 사인의 금지청구 규정을 두고 있었고,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관계 법령에서도 침해행위 금지청구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이를 참고하여 공정거래법에 사인의 금지청구제도가 도입되었다.
입법 과정에서는 공정거래질서유지라는 공익적 기능을 위해 모든 법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하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결국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초점을 두어 사적 분쟁 성격이 강한 불공정거래행위로 대상이 한정되었고, 그중 부당지원행위는 특정 사인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다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부당공동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성할 수 있는 경우 피해자가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주장하여 금지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입법과정에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등의 제한 요건을 두지 않았으므로, 피해자는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으면 족하다. 사업자가 위반행위를 중지하였더라도 그 중단이 일시적이고 장래에 반복될 개연성이 있다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금지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 위반행위의 직접 피해자를 통해 피해가 전가되어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간접 피해자(가령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로부터 물품을 구매한 간접 구매자)도 금지청구가 가능한지 문제되나, 기존 대법원 판결의 판시 취지(손해배상청구에 관한 대법원 2014. 9. 4. 선고 2013다215843 판결 참조) 등에 비추어 볼 때 직접 피해에 준할 정도로 위반행위와 2차 피해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금지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지청구소송은 민사소송절차에 따르고, 주로 침해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부작위 명령을 구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인용 범위는 피해자의 피해구제에 필요한 한도 내로 제한된다. 다만 금지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면 해당 사업자로서는 해당 위반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와 같은 피해 유형을 겪는 사람들에게 피해자와 같은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상의 부담이 생길 수 있다.
한편 피해자는 금지청구의 본안소송에서 불공정거래행위의 존재(또는 우려) 및 그로 인한 피해(또는 우려)를 주장 · 입증하고 판결을 선고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신속한 권리 구제를 위해 이를 본안으로 하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처분의 경우는 민사집행법 제300조의 일반적인 요건을 준수해야 하므로, 피보전권리의 존재 외에도 보전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보전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민사집행법은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현상을 변경시키는 이른바 만족적 가처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유무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고(대법원 2018. 10. 19.자 2018마240 결정 등 참조), 실무상 가처분 단계에서 본안에 준하는 정도의 심리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지청구소송은 통상 공정위의 법 위반 판단 이전에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공정위의 관여 여부 및 방식이 문제될 수 있다. 민사소송법이나 공정거래법에서는 법원의 공정위에 대한 통지 의무나 공정위의 진술권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법원은 일반 민사소송절차에 따라 공정위에 의견조회나 사실조회를 할 수 있을 것이지만, 공정위 입장에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소송절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일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또한 공정위가 소송결과에 대한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금지청구소송에 보조참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를 악용하여 무분별한 소송제기를 통해 특정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피고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원고에게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게 하였다(법 제108조 제3항). 담보 제공액은 원칙적으로 사업자인 피고가 각 심급마다 지출할 소송비용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법원이 재량으로 정한다. 사업자인 피고는 원고가 패소하였을 때 원고로부터 받을 소송비용을 원고가 제공한 담보에서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다.
거래 공정화에 관하여 공정거래법의 특별법적 성격을 가지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 등이 특정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개별 법령을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하도급법 제28조, 가맹사업법 제38조, 대리점법 제4조 등), 원고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구성하여 금지청구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고 적용을 부정하는 견해가 많다.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등에도 사인의 금지청구 규정이 확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2. 7. 20. 원사업자의 위법한 하도급거래행위로 인한 침해로부터 수급사업자를 신속하게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사인의 금지청구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손해배상소송의 제도 개편
공정거래법 제109조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는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09조 제1항 본문),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그 요건 및 효과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다. 피해자는 위반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위반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 주장, 입증하면 되고, 고의 또는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법 제109조 제1항 단서). 또한 피해자는 부당공동행위, 사업자의 보복조치에 대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실제 손해액의 3배까지 청구가 가능하다(법 제109조 제2항). 불공정거래행위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는다.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증거에 의한 입증이 필요하나, 법원은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액의 입증이 매우 곤란하다고 판단할 경우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법 제115조). 법원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필요한 경우 직권으로 공정위에 해당 사건의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는데(법 제110조), 민사소송법상 문서송부촉탁과 달리 신청이 아닌 직권에 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문서송부촉탁과 마찬가지로 공정위가 불응할 경우의 제재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지는 않다.
이에 추가하여 이번에 새로 도입된 자료제출명령에 따르면, 기존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의 한계를 극복하고 손해배상소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법원이 부당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행위 제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상대방 당사자에게 해당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법 제111조 제1항 본문). 이 경우 그 자료의 소지자가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으나(법 제111조 제1항 단서), 영업비밀이라도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고 법원은 열람 범위 또는 열람자를 지정하게 된다(법 제111조 제3항). 자료제출명령 대상이 아닌 경우에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법 제111조 제4항), 이러한 입증간주는 자료제출명령 불응에 대한 상당히 강력한 제재가 될 수 있다.
한편 자료제출명령 제도에 대한 보완책으로 공정거래법은 비밀유지명령 제도도 도입하고 있다. 위반행위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영업비밀을 보유하게 된 경우 법원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소송 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지 말 것을 명령할 수 있다(법 제112조).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청구의 관계 및 시사점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소송에는 자료제출명령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 불공정거래행위의 피해자가 금지청구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병합해서 제기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수집된 자료를 금지청구소송에도 사실상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할 수 있다. 이때 피해자의 신청에 의한 자료제출명령의 제출 대상은 해당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 한정되므로, 소송 상대방인 사업자는 위반행위, 손해와의 인과관계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까지 제출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사업자인 피고가 피해자인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가 경미하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원고를 상대로 자료제출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금지청구의 소를 본안으로 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만약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권리구제가 가능하다면(즉 금전배상으로 손해의 회복이 가능한 경우라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금지청구에 손해배상청구를 병합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가처분 신청의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언론에 공정거래법상 금지청구제도가 도입되었고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이를 이용한 소송제기를 예상하는 기사가 실리면서 금지청구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향후 금지청구소송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향후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홍기만 · 이경율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man.ho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