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가 직원을 입사 하루 만에 구두로 해고했다가 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았다.
A씨는 2020년 7월 1일 화장품 제조 · 판매업체인 B사에 입사하여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하다가 다음날인 7월 2일 퇴사했다. A씨는 자신이 해고당하여 퇴사한 것이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B사는 A씨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A씨를 해고하였고, 그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27조에 정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B사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2021구합1091)을 냈다. B사는 "사전에 A씨에게 회사의 재정난이나 A씨의 역량 부족 등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며 권고사직을 제안했고, 이에 A씨도 거부감 없이 동의 의사를 표시하여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그러나 3월 31일 "원고(B사)와 참가인(A)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로 말미암아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의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B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재판부는 먼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참가인이 원고에게 사직 또는 합의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로 말미암아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가인의 사직 또는 합의해지 의사가 담긴 서면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참가인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사유는 '사업주 권유로 권고사직'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상실사유는 사업주인 원고가 참가인의 개입 없이 임의로 신고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 상실사유의 내용만으로 권고사직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증거로 제출된 녹취파일의 내용에 따르면, 원고의 사내이사는 2020. 7. 2. 11:00경 참가인과 약 28분간 면담을 진행하면서 참가인의 사직 의사를 타진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참가인은 위 면담이 끝날 무렵 사내이사에게 "결론적으로 원고는 경영상의 이유로 참가인을 해고하는 것인가"라며 원고의 의중이 참가인을 해고하려는 것인지 거듭 질문했는데, 사내이사는 위 질문에 대하여 "경영상의 이유가 맞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그 후 참가인이 "제가 더 드릴 이야기는 없는 것 같고, 저는 저 나름대로 하면 되니까"라고 말하면서 면담이 종료되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위 면담 내용에 의하더라도, 원고와 참가인이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가인이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 의사를 확인하고는, 본인이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향후 대응을 모색하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참가인이 퇴사하면서 원고에게 부당해고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도리어 퇴사 1주일만인 2020. 7. 10.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하여 2020. 7. 24. ~ 2020. 9. 24. 네 차례에 걸쳐 실업급여를 수령한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러한 사정은 원고의 해고가 이미 성립한 뒤에 발생한 것으로 참가인이 실업 상태에서 한 행위라는 점을 표상할 뿐이므로, 이를 참가인이 원고와 합의하여 근로관계를 해지하였다는 근거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해고의 효력.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하지 아니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효력이 없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참가인에게 서면으로 해고사유나 해고시기를 통지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해고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