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명의신탁한 사람이 주식을 처분한 후 수탁자 명의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를 작성 · 제출했더라도 사문서위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탁자는 신탁자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3월 31일 명의신탁한 B사 주식을 처분한 후 수탁자 명의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를 작성 · 제출했다가 사문서위조 · 동행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17197)에서 이같이 판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는 울산 북구에 있는 B사의 실제 사주로서 C씨 등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B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9년 7월 C 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B사 주식 5,000주에 관하여 C가 B사 투자자의 부인인 D씨에게 이를 양도한다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했다. 또 A는 2011년 6월 D 명의로 B사가 발행한 신주 1,250주를 인수하고 인수대금 1,250만원을 납부했다.
A는 2014년 12월 D 명의의 위 합계 6,250주의 주식을 자신의 조카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도계약서를 작성하고 명의개서를 마친 다음, 2015년 3월 D 명의의 증권거래세 과세표준신고서를 작성해 관할세무서에 제출했다. 이에 D의 남편이 A를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고소, 검사가 '과세표준신고서 1장을 위조하고 이를 행사했다'는 혐의로 A를 기소했다.
대법원은 먼저 종전 대법원 판결(2007도4812 등)을 인용해,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산의 처분 기타 권한행사에 관해서 수탁자가 자신의 명의 사용을 포괄적으로 신탁자에게 허용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신탁재산의 처분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할 때에 수탁자로부터 개별적인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사문서위조 · 동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신탁자에게 아무런 부담이 지워지지 않은 채 재산이 수탁자에게 명의신탁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탁자는 신탁자에게 자신의 명의사용을 포괄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봄이 타당한바, 사법행위와 공법행위를 구별하여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사법상 행위에 대하여만 명의사용을 승낙하였다고 제한할 수는 없다"며 "특히 명의신탁된 주식의 처분 후 수탁자 명의의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것은 법령에 따른 절차로서 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수탁자에게 불이익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주식의 처분을 허용하였음에도 처분 후 과세표준 등의 신고행위를 위한 명의사용에 대하여는 승낙을 유보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허용된 범위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은 원칙적으로 증권거래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하여야 하고(증권거래세법 제2조, 제3조 제3호, 제10조), 기한 내에 신고 및 납부를 하지 않으면 무신고가산세 또는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된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47조의4)"고 지적하고, "이 사건에서 명의신탁한 주식에 대하여 양도의 형식을 빌려 명의수탁자를 변경한 때에도 형식적으로 이 사건 주식이 D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이상, 과세관청은 양도인인 D가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D에게 무신고가산세 부과처분을 할 수밖에 없고, 실질과세의 원칙상 주식의 실제 소유자로서 이득이 귀속되는 사람인 피고인이 주식의 양도에 따른 최종적인 납세의무자이더라도 신탁자인 피고인이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아 수탁자에게 무신고가산세가 부과된다면 명의수탁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과세처분에 따라 세액을 납부하는 법률관계가 성립되는바, 수탁자인 D는 이를 별도의 쟁송 등으로 다투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명의수탁자는 자신의 명의사용을 승낙할 당시 신탁자가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있음을 예상하였을 것이므로, 만약 수탁자인 D가 신탁재산의 처분 등과 관련한 명의사용을 허락하면서도 과세표준신고 등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는 그 명의사용을 제한하였다고 보려면 그럴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도 않는다"며 "원심이, 피고인과 D 사이에서 주식의 명의신탁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D 명의로 과세표준신고를 하는 행위는 공법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에서 명의사용 승낙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