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바다낚시를 떠났다가 교각 충돌 사고로 사망한 낚싯배 승객의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A(사고 당시 48세)씨는 2020년 10월 31일 새벽에 바다낚시를 하기 위해 선장 B씨가 운전하는 9.77톤 낚시어선에 선원 2명, 다른 승객 18명과 함께 승선해 낚시 포인트를 향해 이동하던 중, 05:30경 배가 서해상의 원산안면대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B는 원산도와 안면도를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의 교각 부근을 지나다가 평소 오작동이 있었던 GPS 플로터에만 의존하고, 속도를 감속하지 아니한 채 전방 주시를 게을리하여 배가 원산안면대교 하단부 교각(PY1)을 들이받은 것이다.
06:06경 사고 현장에 출동한 해경 구조대는 의식이 없는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배는 06:31경 예인되어 영목항에 입항했다. 06:55경 119구급대원 3명도 영목항에 도착해 선장, 선원, 승객들 총 22명을 상대로 중증, 경증 여부를 확인한 후 중증 환자 9명을 영목항에 하선시켜 병원으로 이송시켰으나, A는 경상자로 분류되어 배에 남았고, 낚시어선 2척을 이용하여 오천항으로 예인되기 시작하던 07:05경 전후 심정지 상태에 빠져 심장 등 장기 손상으로 숨졌다. 이에 A의 부인과 아들이 "원산안면대교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야간에 항행하는 어선들이 교각에 충돌하지 않도록 교각에 등을 설치하여 이를 점등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교각기초표시등이 소등된 상태로 방치함으로써 B가 야간에 어선을 운행하던 중 어선을 교각에 부딪치게 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174339)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김진영 판사는 3월 28일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는 원고들에게 1억 9,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사고 당일 04:00부터 06:00까지 사이에 낚시어선 99척 대부분이 오천항을 출항한 사실, 오천항을 출항하는 어선은 원산도 남쪽이나 원산안면대교를 지나 이동을 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평소에 해가 뜨기 전 어두운 시간에 원산안면대교 밑을 지나는 어선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어두운 시간에 원산안면대교 밑을 지나는 어선이 많으므로, 위 원산안면대교를 관리하는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서는 원산안면대교의 교각에 등을 설치한 후 이를 점등하여 대교 밑을 지나는 어선이 대교의 교각에 충돌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사고 당시 원산안면대교의 2개의 주교각인 PY1, PY2의 하단에 설치되어 있던 교각기초표시등이 소등된 상태였던 사실, 사고 당시 위 주교각 2개에 점등된 등이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는 피고 소속 공무원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고, 사고가 발생한 시간이 05:30으로 해가 뜨기 전 어두운 상황이었으므로, 교각기초표시등이 점등되어 있었다면, 선장 B가 어선을 운행하면서 멀리서부터 주교각을 식별할 수 있어 충돌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등 피고 소속 공무원의 위 주의의무 위반 행위와 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고는 사고 당시 원산안면대교의 교량등이 점등된 상태였고, 피고가 당시 시행 중인 항로표지의 기능 및 규격에 관한 기준이 정한 항로표지를 모두 설치하여 그 항로표지가 점등 중이었으므로,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사고 당시 교량등이 점등되어 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원산안면대교는 수면에서부터의 높이가 약 30미터인데, 교량등은 해수면에서 30미터 높이에 있는 교량에 설치된 것이어서 멀리서 보면, 그 교량등 불빛으로 인해 교각이 식별될 여지가 있으나, 원산안면대교와 가까이 갈수록 주교각의 식별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 당시 교량등이 점등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앞서 본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또한 당시 시행 중인 항로표지의 기능 및 규격에 관한 기준에 교각등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피고가 교각등을 설치하여 이를 점등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