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면 휴직시킬 수 있는 인사규정이 있더라도 그 근로자가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되었다면 복직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월 10일 대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업무방해와 상해 혐의로 기소되어 2017년 2월 9일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되어 인사규정에 따라 휴직명령을 받았다가 약 두 달 후인 2017년 4월 6일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석방된 A씨가 "복직 신청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니 복직을 거부한 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 4,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30115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판결 중 2017년 4월분부터의 임금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석방된 후 1주일 지난 4월 13일 피고에게 복직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4월 17일 휴직 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복직신청을 거부했고, A씨는 그해 9월 위 형사사건의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7년 10월 1일 복직했다.
이 대학병원의 인사규정은 직원이 형사사건으로 구속 기소되었을 때에는 휴직을 명할 수 있고(31조 2호), 그 경우 휴직기간은 최초의 형 판결 시까지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 가능하며(32조 2호), 휴직한 직원은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복직을 신청하여야 하고 대학병원은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여야 한다(35조 1항)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먼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3다63029 등)을 인용,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을 명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으며, 당해 휴직 근거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유무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 · 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인사규정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으로 인한 휴직명령의 사유를 단순히 기소된 때라고 하지 않고 '구속 기소되었을 때'로 정하면서 그로 인한 휴직명령의 기한을 원칙적으로 '최초의 형 판결 시'로 하되 계속 구속될 경우에는 '확정판결 시'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인사규정 제31조 제2호는 '구속으로 인해 현실적인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를 휴직사유로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가 2017. 2. 9. 형사사건으로 인해 구속됨으로써 피고의 인사규정 제31조 제2호가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음이 인정되므로, (원고에 대한) 휴직명령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나, 원고가 2017. 4. 6. 석방된 이후에는 휴직명령의 사유가 소멸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인사규정 제35조 제1항에따라 원고의 복직 신청에 대하여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복직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원고가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으로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복직 거부 당시 피고에게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경찬 변호사가 1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