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뒤, 무통장 · 무카드 입금 거래의 '1인당 1일 100만원' 한도를 피하기 위해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여러 차례 입력하는 방법으로 이른바 '쪼개기 송금'을 했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할까.
대법원 제2부(주신 조재연 대법관)은 2월 11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사기방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12394)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방해 혐의는 무죄로 보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 4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의 행위도 그 입력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킬 목적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여기서 말하는 위계에 해당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행위로 말미암아 업무과 관련하여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킨 상대방이 없었던 경우에는 위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위계로써 피해자 은행들의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통장 · 무카드 입금거래에 관한 업무를 방해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사실 중 업무방해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한 다음 자동화기기에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는 방법으로 수거한 현금을 100만원 이하로 나누어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수취 계좌로) 송금하였고, 그 과정에 금융기관 소속 직원 등이 관여한 바 없으므로 그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켰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위계'로 피해자 은행들의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무통장 · 무카드 입금 거래 관련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5월 26일경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780만원을 입금하면서 제3자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8회 이용하여 마치 8명이 각 1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입금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100만원 7회, 80만원 1회 합계 780만원을 입금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그해 7월 7일경까지 19회에 걸쳐 7개 피해자 은행들에서 제3자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여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합계 1억 8,700여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 명단을 전송받았다.
은행들에선 자동화기기를 통한 무통장 · 무카드 입금 거래가 보이스피싱 사기 편취금의 전달, 은닉 등 범죄수익의 이동 통로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위 입금 거래 이용한도를 '1일 100만원'으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위 입금 거래시 입금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도록 하여 한도 초과여부를 확인하고 한도 초과시에는 입금 거래를 거절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