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의 계열사였던 철강제조 · 가공업체 유니온스틸의 아연도강판 등 가격담합과 관련, 당시 유니온스틸의 대표이사였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격담합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등 대표이사로서 마땅히 기울였어야 할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본 것이다.
주주대표소송 승소 취지 파기환송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1월 11일 유니온스틸 주주 A씨가 장 회장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의 상고심(2017다222368)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지향이 1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장 회장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유니온스틸은 2004년 1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다른 업체들과 아연도강판과 냉연강판, 칼라강판의 기준가격 등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3년 1∼4월 3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320억여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2014년 4월 유니온스틸의 발행주식 10,355,482주 중 1,320주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유니온스틸의 감사위원들에게 '이 담합행위가 있었던 2004년 1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재임하였던 이사들 중 장 회장 등 4명에 대하여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는 소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유니온스틸이 위 이사들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회신하자, A씨가 "감시의무 소홀 등으로 회사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손해를 입게 했다"며 장 회장 등 4명을 상대로 과징금 합계액인 약 32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냈다. 유니온스틸은 2015년 1월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되어 해산하였고, A씨는 위 흡수합병으로 동국제강 발행주식 95,358,542주 중 2,626주를 보유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들이 담합행위에 관여하였거나 위 행위가 위법함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감시의무를 해태하여 이를 방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A씨가 장 회장만을 상대로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가 대표이사로서 담합행위와 관련하여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임직원들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유니온스틸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을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 · 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이사의 감시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회사의 규모나 조직, 업종, 법령의 규제, 영업상황 및 재무상태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는데,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 및 업무담당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고, 그러한 경우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이하 '내부통제시스템'이라고 한다)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 등 이사들의 주의를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알지 못하였다면, 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내부통제시스템은 비단 회계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관리제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여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하여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하여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 · 감독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및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임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 · 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하였다면, 이는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유니온스틸은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로서 대표이사 아래 영업총괄담당임원 · 기획담당임원 · 재무회계담당임원 · 자재담당임원 등을 두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고, 그 위임전결 권한 기준표 등에 따르면 담합과 관련 있는 철강제품의 판매가격 조정 및 할인 등에 관한 사항은 관장임원이 전결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대표이사인 피고가 담합행위를 공식적으로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오랜 기간 영업담당임원과 영업팀장 모임을 통하여 여러 품목에 관하여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가격담합이 이루어졌음에도, 가격담합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들은 대표이사인 피고를 비롯한 다른 임직원들로부터 그 어떠한 제지나 견제도 받지 않았다. 이는 회사의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대표이사인 피고가 가격담합 행위를 의도적으로 외면하였거나 적어도 가격담합의 가능성에 대비한 그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고, "유니온스틸에서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표이사인 피고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여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즉시 시정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 이는 회사의 업무집행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 부당행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이용하여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 · 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공정거래법은 가격담합 등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 대하여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법 위반행위에 따르는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고 위법행위를 제재하기 위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는 등 엄격한 제재를 하고 있음에도, 유니온스틸은 위와 같이 높은 법적 위험이 있는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따라서 "대표이사인 피고가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고 임원들의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고, 위와 같이 피고가 대표이사로서 마땅히 기울였어야 할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게을리한 결과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피고는 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그런데도 유니온스틸에서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중대한 위법행위인 담합을 방지하기 위하여 실제로 어떠한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였는지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피고가 대표이사로서의 감시의무를 해태하지 않았다고 보아 상법 제399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