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위험물인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메탈배터리를 운송했다는 이유로 제주항공에 운항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12억원을 부과했다가 법원에서 위법하여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항공안전법에 따른 운항정지처분을 갈음한 과징금의 부과요건인 '운항정지처분이 항공기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10월 14일 제주항공이 "과징금 12억원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며 국토교통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6007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제주항공을, 국토교통부장관은 법무법인 동인이 대리했다.
제주항공은 2018년 1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 약 4개월간 인천과 홍콩을 잇는 노선에서 20회에 걸쳐 리튬이온배터리(ELI) 또는 리튬메탈배터리(ELM)가 들어 있는 장비 546개를 운송했다가, 항공안전법에 따른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위험물인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메탈배터리를 항공기를 이용하여 운송했다는 사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과징금 12억원을 부과받자 소송을 냈다. 항공안전법 70조 1항은 항공기를 이용하여 위험물을 운송하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항공안전법과 같은 법 시행규칙에 따라 위험물의 종류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기술기준 위험물목록은 리튬이온배터리와 리튬메탈배터리를 위험물로 규정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먼저 "기술기준에 우선 적용되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발행 항공위험물 안전운송기술지침'에 따른 포장지침을 준수하면 운송한 화물은 피고의 허가와 같은 다른 추가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없는데 원고가 포장지침을 준수하였고, 기술기준에 따르더라도 해당 화물을 피고의 허가 없이 위탁수하물로 운송할 수 있으므로, 운송한 화물이 항공안전법 제70조 제1항에 따른 피고의 허가를 요하는 위험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에게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운항정지처분을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항공안전법 제91조 제1항 제28호는 항공운송사업자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항공기를 이용하여 위험물을 운송한 경우 피고가 운항증명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항공기 운항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2조는 항공기 운항의 정지를 명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운항을 정지하면 항공기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가 항공기의 운항정지처분을 갈음하여 10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항공안전법의 규정에 따르면 '운항정지처분이 항공기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의 요건이 충족될 때 피고는 운항정지처분을 갈음하여 예외적으로 과징금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인천, 홍콩 간 노선은 가장 바쁜 국제노선 중 하나로 과징금 부과처분 당시 코로나19 사태로 기존보다 여객 수는 다소 감소하였으나 화물 운송은 감소하지 않았고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 국제 항공운송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어 운항정지처분이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줄 수 있었고, 운항정지처분을 할 경우 원고의 수익 상실이 크지 않아 제재의 실효성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어려우며 국내 항공운송사업자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수 있어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인천, 홍콩 간 노선의 물동량과 그중 원고가 차지하는 비중, 운항정지처분 시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의 대체가능성, 백신접종에 따른 국제 항공운송의 추이 등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원고에 대한 운항정지처분이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줄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운항정지처분에 따른 원고의 예상수익 상실 정도에 비추어 제재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위법한 행위를 한 항공운송업자에 대한 정당한 제재 처분은 항공운송사업과 이를 관리하는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어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항공안전법 92조의 요건(운항정지처분이 항공기 이용자 등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때)을 충족하였다고 볼 증명이 부족하여, 제주항공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과징금부과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