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 있는 가지산 도립공원에서 약 25년간 허가를 받지 않고 음식물을 조리해 판매하던 상인들이 시설물 철거명령이 내려지자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가지산 도립공원 내 가건물에서 음식물 조리 · 판매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 14명은, 2020년 9월 울주군이 불법시설물을 자진 철거하라고 명령하고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계고하자 울주군을 상대로 이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2020구합7638)을 냈다. 울주군은 상인들이 1994년 4월 지역 특산물 판매장 설치 용도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았으나 해당 시설물이 당초 허가 목적과 달리 이용되자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상인들은 "울주군이 도로점용허가조건에 의하면 이 부지에서 음식점 조리와 판매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후 약 25년간 제재조치를 취한 바가 없으므로, 음식물 조리와 판매를 할 수 있다고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그러나 9월 30일 피고의 묵시적 승인이나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공적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세양이 울주군을 대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지에 대해 있었던 도로점용허가증의 '점용목적'난에는 '지역 특산물 판매장 설치'라고 기재되어 있고 허가조건 제8항에도 '점용목적인 지역특산물 판매장으로만 사용하여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자연공원법 제18조,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3항은 공원자연환경지구에서 국민경제상의 필요에 따라 설치가 허용되는 시설에 농산물 · 임산물 · 수산물 또는 축산물의 보관시설, 건조 포장 등의 가공시설 또는 판매시설을 포함하고 있으나(제5호), 음식물 조리 및 판매업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원고들은 부지에 신축되는 가설건축물에서 음식물 조리 및 판매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관할청의 묵시적 승인이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들의 주장은 도로점용허가 당시 '지역특산물 판매장으로만 사용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적으로 부가한 것에도 정면으로 배치되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들이 음식물 조리및 판매업을 한 행위에 대해 상당 기간 동안 제재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공적인 견해를 표명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며 "만약 이 사건 처분에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면, 피고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부지에서 허가받지 않은 음식물 조리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것을 향후에도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되는데, 이는 자연공원법 등 관련 법령에서 주변 상업시설과 경관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자연공원의 미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바,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는 불이익보다 이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 크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 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철거명령과 행정대집행 계고처분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연공원의 지정 · 보전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 등을 보전하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연공원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공원 부지에서 허가받지 않은 음식물 조리 및 판매 행위를 제한할 공익상 필요성이 크고, 자연공원법의 규정에 따른 공원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설치한 시설물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건축법이나 자연공원법 등이 정하고 있는 여러 제한규정을 회피하려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게 되어 적정한 공원계획 수립 실시에 큰 지장을 주게 되는 등 공익을 심히 해할 우려가 있으며, 원고들은 당초에는 부지에 대한 도로점용허가의 점용목적 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다가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시설물을 설치하고 포장마차와 같은 영업활동을 감행한 점,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부지에 시설물을 설치하여 허가받지 않은 음식물 조리 및 판매행위를 한 것이 상당 기간에 이르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위법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