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불완전판매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기준 자체의 '흠결'이 아닌 운영상 문제점을 이유로 손태승 전 우리은행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처분사유를 잘못 구성했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8월 27일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정채봉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소송(2020구합57615)에서 이같이 판시, "손 회장에게 한 문책경고 처분과 우리은행에 대하여 한 정 전 수석부행장에 관한 3월의 감봉요구 처분을 각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앤장과 법무법인 화우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금융감독원장은 법무법인 충정이 대리했다.
우리은행은 2017년경부터 DLF를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는데, 증권사가 발행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을 자산운용사가 펀드(DLF)로 운영하고, 우리은행은 이 DLF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중개하여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19년 판매한 DLF의 손실률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자, 2019년 8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DLF 상품선정 및 판매 적정성 등'에 관한 부문검사를 실시한 후, '우리은행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24조 등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영진이 과도하게 DLF 상품 출시와 판매를 독려하는 가운데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장을 지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처분을, 우리은행에 정 전 수석부행장에 대한 3월의 감봉요구 처분을 각각 내렸다. 금감원은 당시 내부통제기준을 실효성 있게 마련하지 않았다는 위반사실로 ▲상품선정절차 생략 기준 미비 ▲판매 후 위험관리,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 ▲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내부통제기준 준수여부 점검체계 미비 등 5가지를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처분사유 5가지 중 세 번째 처분사유인 '상품선정위원회 운영 관련 기준 미비'만 인정했다. 세 번째 처분사유의 요지는 우리은행이 '상품선정위원회 심의 관련 회의결과 통지와 보고, 위원선정 · 교체에 대한 기준 · 절차 ·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법정사항 중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11조 2항 4호가 정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업무절차에 대한 사항'을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재판부는 "우리은행의 펀드 지침(제8조의2)은 상품선정위원회의 위원 구성, 소집절차, 상품 선정절차 및 방법, 선정평가 방법 등 위 위원회의 운용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위원회 의사결정 절차의 핵심인 심의 및 의결에 관하여는 정족수 외에 아무런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심의 및 의결에 참여한 상품선정위원들에게 다른 위원들의 의견이나 최종적인 의결 결과를 전달, 통지하는 절차조차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기준은 새로운 금융상품 '선정'(투자중개업자인 원고의 경우, 이는 위 규정상 '개발'에 조응한다) 및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장질서 유지 등을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업무절차'의 중핵이 되는 핵심적 사항을 흠결하여, 실질적으로는 위 법정사항을 흠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머지 4가지 처분사유는 인정하지 않고, "남은 위반사실만으로 원고들에 대하여 향후 각 3년간 임원 취임이 제한되는 문책사항, 감봉 등 중징계를 부과할 만큼 위 원고들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오류가 있어 재량권의 일탈 · 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 주장과 같이 우리은행 내부통제 실패로 인하여 DLF의 불완전판매라는 금융사고와 그로 인한 대량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령 아래에서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이 아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위반으로 금융회사나 그 임직원에 대하여 제재조치를 가할 법적 근거가 없고,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는 법적 근거 없이, 혹은 제재처분의 근거법령을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 확장 해석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실패 중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사실만을 처분사유로 삼았어야 하나,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대량 피해가 발생하자 사후적으로 내부통제기준 마련 시점에는 사전 예측하기 어려웠을 다양한 형태의 내부통제기준 위반 · 남용 행위 등을 들어 이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내부통제기준 자체의 '흠결'이 아닌 '내용상의 미흡' 또는 '운영상 문제점'을 나머지 4가지 위반사실 관련 처분사유로 잘못 구성하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적용될 법리를 오해하여 그 근거법령이 허용하는 제재사유의 범위를 벗어나게끔 처분사유를 구성한 탓에 대부분의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적법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로서는 근거법령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처분사유를 구성하여 원고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