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수정 부장판사)는 5월 27일 병적기록상 '탈삭' 기재와 집행유예 전과 등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을 받은 6 · 25 참전용사 A씨가 "안장 비대상결정을 취소하라"며 국립산청호국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129)에서 "비대상결정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52년 8월 금화지구 전투에 참가해 상이를 입고 육군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후 이듬해 4월 전역한 A씨는 2019년 7월 국립산청호국원에 본인이 국립묘지의 안장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결정을 해줄 것을 신청했으나, A씨의 병적기록에 '탈삭'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과 A씨가 1997년 6월 'B, C와 순차적으로 공모하여 B에 대한 체육부장관 명의의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 1매를 위조하였다'는 공문서위조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을 받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병적기록에 '탈삭'이라고 기재된 것은 실제로 탈영했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시대적 상황으로 병상일지 등 기록이 관리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공문서위조 범행은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원하는 B를 C에게 소개해주면서 단순 가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병적기록에 있는 '탈삭' 기재가 원고의 탈영 사실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가 전투에서 입은 상이로 인하여 여러 육군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치료를 받던 중 원고에 대한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원고의 정상적인 전역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행정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육군규정 105>에 의하면 탈삭이란 전속, 배속, 파견, 복귀, 외출, 출장, 휴가 등 지정된 장소, 시간 또는 일자에 복귀하지 않거나 허가 없이 소속부대의 병영, 주둔지나 야영지를 일시 및 영구히 이탈한 인원을 변동 당일 탈영 인사명령에 의거 보고하고, 복귀하지 않을 때 탈영삭제 인사명령에 의거 병적을 탈영 중 삭제로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공문서위조 범행에 대해서도, "이 범행은 공동피고인인 C가 주도한 것으로서, 원고는 1995. 6.경 체육관을 경영하는 C로부터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평소 위 자격증을 취득하기를 희망하였던 지인 B에게 C을 소개해주었다가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다"며 "이와 함께 원고는 당시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고 김해시에 있는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C가 주도한 위 자격증 위조에 이해관계가 없었던 점, 원고가 C에게 B를 소개한 대가로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위법성에 대한 큰 인식 없이 범행에 단순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범행은 고의의 정도와 가담 경위 등에 있어서 상당 부분 참작할 점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정을 종합, "원고가 탈영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전역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의 공문서위조 범행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할 정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는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 운영규정 제4조 제3항에 따른 원고의 정상참작 사유와 원고가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정도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병적기록상 '탈삭' 기재와 집행유예 전과 등을 이유로 원고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보았는바, 이는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금화지구 전투에 참전한 공로를 인정받아 금성화랑 무공훈장을 받았고, 6 · 25전쟁에 참전하여 상이를 입었다는 이유로 2000년 6월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다. A씨는 금화지구 전투에서 안면부와 복부 등에 중한 상이를 입어 오랜 기간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척추에 남아있는 파편이 척추 변형을 일으키는 등 현재까지 이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겪어왔고, 노동능력 감소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도 함께 겪어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