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이용자들 사이의 거래 등을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10년간 전체 디지털 경제에서 창출될 신규 가치의 60% 이상을 디지털 네트워크와 함께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쇼핑, 배달, 숙박 등 이미 많은 산업에서 온라인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과 중요성이 급속도로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유통경로의 확장과 시장개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시장진입을 통제하는 'Gate keeper'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외부효과(특정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당 재화의 가치가 커지는 효과)가 강조되는 플랫폼 특성상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이용자 이익 저해, 불공정경쟁, 독과점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네이버에 267억 과징금 부과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약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네이버 쇼핑, 동영상 사례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가 쇼핑, 동영상 분야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에 유리하도록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였고, 그 결과 경쟁사의 상품과 서비스는 부당하게 검색 결과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고 노출 비중이 감소하는 불공정경쟁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지적됨에 따라, 유럽에서는 이미 작년 말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안을 내놓았다.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과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이 그것이다. 아울러 작년 7월부터는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이용사업자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증진에 관한 규정'이 시행 중이다.
디지털세 등 규제 도입 선도하는 EU
EU는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로 대변되는 미국 빅테크기업들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법안뿐만 아니라 디지털세, 개인정보 보호 등의 각종 규제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의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월 1일부로 시행되고 있다.
글로벌 규제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정무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비롯하여 20개에 가까운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들이 현재 국회와 정부 단계에서 논의 중에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양면시장으로서 크게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관계(Platform to Business) 및 온라인 플랫폼과 이용자 간의 관계(Platform to Consumer)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은 전자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후자를 각각 규율하기 위한 법률이다. 반면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전자와 후자를 하나의 법률에서 규율함으로써 온라인 플랫폼 규율에 대한 일관성과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각각의 법안별로 체계와 도입하고 있는 규제의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들은 다음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①적용범위에 관한 조항, ②계약 해지 · 변경 · 서비스 중지 시 사전통지 의무, ③검색 · 배열순위 결정기준의 공개의무, ④맞춤형 광고 규제, ⑤서비스 이용약관 신고 규제, ⑥데이터 이동권, ⑦금지행위 또는 불공정거래행위, ⑧입점업체와의 연대책임 조항 등이다.
시장 혁신 저해 우려도
이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U의 경우 미국 빅테크기업들에 의해 시장이 상당부분 잠식당했기 때문에 자국 시장 보호를 위해 강력한 디지털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었다.
우리나라도 해외 빅테크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긴 하지만, 포털, 메신저, 배달, 쇼핑, 택시 등의 각 분야에서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도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해외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게도 혁신과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동일한 규제라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받는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오히려 해외 기업들에게는 막대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특징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의 검색결과를 제공하거나 재화 등을 추천하는 맞춤형 광고에 대하여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제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의 체계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다. 이러한 규제는 관련 산업과 종사자, 이용자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맞춤형 광고를 위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 이용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반면, 맞춤형 광고가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편익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무분별한 맞춤형 광고로 인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필요한 최소한의 맞춤형 규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러 부처에서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을 내놓으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권한에 대한 부처간 갈등이 있었고,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허비되었다는 사실이다.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주요 산업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적정한 규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반드시 필요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가 무엇인지, 혁신성과 성장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지 여부와 같은 실질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산업과는 구조적, 행태적 특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ICT 전문규제기관을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조화롭게 협조하여, 시장의 역동성 · 유연성 · 성장성을 보존하면서도 이용자와 경쟁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체계를 논의해야 한다.
최근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시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인 위 법안이 시행되는 경우 앱 생태계와 앱 마켓 비지니스모델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할 수 있으며, 웹툰, 음원 플랫폼 등의 다른 플랫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플랫폼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충분히 고민이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향후 온라인 플랫폼 산업과 시장에 대한 심사숙고와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필요최소한의 핀셋 규제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정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jhhwang@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