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엘리베이터가 승강기 안전관리법(승강기법) 42조가 금지하고 있는,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하도급주었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등록취소처분을 받았으나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승강기 제조 및 유지관리업을 하는 오티스가 공동수급계약 등에 따라 위탁받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에 대해 협력업체들과 역할을 구분하여 수행하고 대가를 분배하여 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승강기법에서 제한하는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오티스가 승강기법 42조를 위반하여 공동수급업체에 6개월 이상 실질적 하도급을 주었다며 2020년 5월 1일자로 승강기 유지관리업 등록을 취소했으나,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6월 15일 "원고(오티스)와 협력업체가 구성한 공동수급체의 실질이 승강기법 제42조에서 금지하는 다른 유지관리업자에 대한 하도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승강기 유지관리업 등록취소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0구합61294). 김앤장이 오티스를, 서울시는 법무법인 에이펙스가 대리했다.
이에 앞서 행정안전부가 2019. 10. 21.부터 2019. 12. 6.까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 하도급 실태에 대하여 정부 합동 실태조사를 실시한 다음, 2019. 12. 10. 오티스를 비롯한 승강기 대기업 4개사가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수주하면서 승강기법에서 정한 하도급 제한 규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명목상의 공동수급협정을 체결하고 실제로는 협력업체로 하여금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일괄 분담시켜 편법 · 탈법적으로 하도급하였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서울시에 통보, 서울시가 오티스에 대해 등록취소 처분을 했다. 승강기법 42조는 "유지관리업자는 그가 도급계약을 맺은 승강기의 유지관리 업무를 다른 유지관리업자 등에게 하도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합동 조사결과 발표 이후 오티스 등이 승강기법 제42조를 위반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형사고발하였으나, 서울서부지검은 2020. 7. 22. '오티스와 협력업체의 관계가 승강기법에서 금지하는 다른 유지관리업자에 대한 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티스에 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다.
오티스는 등록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내며 "고객이 유지관리 대금을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일괄 지급한다는 사정만으로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하도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승강기법에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하도급을 제한하는 취지는 승강기 관리주체 등 발주자의 유지관리업자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 도급받은 유지관리 업무가 적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에 있다 할 것이고,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위탁받아 공동이행방식으로 유지관리책임을 부담하는 유지관리업자들이 역할을 구분하여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였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승강기 관리주체의 수급인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되거나 도급받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적절한 이행을 방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승강기법 제42조는 그 문언상 승강기 관리주체로부터 도급받은 유지관리업자가 다른 유지관리업자 등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을 초과하여 유지관리 업무를 하도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인 점,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공동이행방식에 의한 유지관리책임과 내부적인 업무부담의 관계, 유지관리 업무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승강기법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공동이행방식에 의하여 유지관리책임을 부담하는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 사이에 역할을 분담하여 업무를 수행하기로 약정하더라도 이를 승강기법 제42조에서 금지되는 '다른 유지관리업자에 대한 하도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물론 공동수급인지 하도급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계약의 내용과 형식, 즉 승강기 관리주체와의 계약관계에 의하여 직접 도급받았는지 아니면 그 수급인으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도급받았는지에 따라 정하여진다 할 것이므로, 만일 승강기 유지관리업자가 관리주체로부터 유지관리 업무를 도급받은 다음 협력업체와 사이에 그 일부 또는 전부를 하도급하기로 약정하였음에도 승강기법 제42조의 하도급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명목상의 공동수급계약서를 작성하여 공동수급의 외관만을 형성한 예외적인 경우라면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협력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원고와 협력업체의 관계가 실질적 하도급에 해당한다는 처분사유의 근거로, 원고가 대가 중 일부를 선취하고 나머지를 협력 업체에 지급하였으며 업무를 지시하거나 실적을 관리하는 등 공동도급이 아닌 원청업체의 지위에서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원고가 협력업체들과 공동수급체를 구성함에 있어 작성한)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 공동수급체 구성 기본협정서'와 공동수급계약서에서는 각자 지급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고객이 일괄 지급방식을 선택하는 경우 고객이 지정하거나 당사자들의 합의를 통해 지정한 공동수급체 대표자가 이를 지급받아 미리 정한 분배비율에 따라 다른 당사자에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계약상대방인 승강기 관리주체가 일괄 지급방식을 선택하고 공동수급체 대표자인 원고에게 그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원고가 협력업체에 이를 분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협력업체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하도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고가 공동수급계약에서 정한 역할 분담에 따라 기술지원, 콜센터운영, 자재수급 등 업무를 수행한 이외에 협력업체에 대하여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고 실적을 관리하는 등 사실상 원청업체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원 · 피고가 제출한 승강기 유지관리 공동수급계약서에는 오티스엘리베이터와 협력업체로 구성된 공동수급체가 계약의 당사자로 되어 있고, 계약상대방인 승강기 관리주체가 오티스엘리베이터와 협력업체 중 하나를 공동수급체 대표자로 지정하고 유지관리료 등 대금의 지급방식에 대해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 일괄 지급방식을 선택하는 경우 공동수급체 대표자에게, 각자 지급방식을 선택하는 경우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공동수급계약서에 따르면,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주로 기술지원, 콜센터운영, 자재수급 등 업무를, 협력업체는 현장방문점검, 수리 등 업무를 각 분담하도록 정하여져 있으며, 그에 따른 오티스엘리베이터의 대가 분배비율은 30% 내지 47%, 협력업체의 대가 분배비율은 53% 내지 70%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