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정직을 당한 근로자가 부당정직이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르렀어도 구제신청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직기간 중의 임금상당액 지급에 관한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대전고법 행정2부(재판장 정재오 부장판사)는 6월 18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재직 중 정직이 의결된 A씨가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각하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0누12481)에서 이같이 판시, 중노위원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2018년 12월 27일 A씨에 대한 정직을 의결하자 A씨는 일주일 후인 2019년 1월 3일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A씨는 그러나 정직이 의결된 날로부터 4일 후 정년이 도달해 2018년 12월 31일 정년퇴직했다. 전남지노위가,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A씨의 구제신청을 각하, A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여기서도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의하면 노동위원회는 조사결과에 따라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제명령의 내용에는 원직복직 외에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은 노동위원회가 해고에 대한 구제명령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된 근로자에게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 즉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과 함께 장래의 근로관계를 포기한 것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규정으로 비로소 해고된 근로자에게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할 권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의하여 정직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는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 당시 이미 정년에 이른 원고에게도 정직기간 중의 임금상당액 지급에 관한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가 정직을 받지 않았다면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받는 성과급에서 차액이 발생한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2018. 12. 31. 정년퇴직을 하기는 하였으나, 참가인이 2018. 12. 27. 정직을 의결한 후 불과 일주일 후인 2019. 1. 3.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므로, 원고가 권리 위에 잠을 자고 있어 보호가치가 없는 근로자라고 할 수도 없다"며 "피고의 주장과 같이 근로자가 반드시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구제신청을 하여야 한다면, 결국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 또는 통상 2년 이하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기간제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구제신청 기간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간인 3개월이 아니라 잔존 근로기간으로 한정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에 의하면 적법한 구제신청 기간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 이 제척기간 제도가 있어 이 사건과 같이 정직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구제신청제도를 남용할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정경준, 고혜주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