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대검찰청 예규인 '카르텔 사건 형벌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대검찰청예규 제1150호, 이하 '형벌감면 지침')이 시행된 이후 6개월이 경과하였다. 대검찰청 형벌감면 지침에 의하면 1순위 신청자는 기소면제, 2순위 신청자는 감경구형의 혜택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으며, 형벌감면 신청자에 대한 강제수사 및 별건수사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어, 형벌감면 신청자에게는 형사절차상 의미 있는 혜택들을 부여하고 있다.
개인도 형벌감면 혜택
또한 법인을 수범자로 하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형사처벌에서는 행위자 개인이 수사 대상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형벌감면 제도는 신청서에 현직 임직원을 함께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담합에 가담한 개인도 법인과 함께 형벌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이 경성담합 사건과 관련하여 조기에 형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형벌감면 신청 사례들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르텔 형벌감면 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먼저 위 제도가 시행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카르텔 형벌감면 신청시 실무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정리해보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 감시역량 및 소비자 구제 강화' 항목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었고, 그 실천과제로 '전속고발제 등 법집행체계 개선' 항목이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등 관계당국은 2018년 8월에 이르러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위 공정거래법 개정 합의안의 핵심적인 요지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이고, 둘째는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창구인 접수 이메일을 검찰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었다. 또한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경성담합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이 먼저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협의하기로 하고, 검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하기로 한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진신고 순위를 정하기 전에 검찰이 먼저 순위를 정하여 형사면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자진신고 1순위자는 필요적 형면제, 2순위자는 임의적 형감경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위 합의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11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2020년 5월 제20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었고, 제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전속고발제 폐지와 자진신고 공유 부분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되어 결국 위 합의안은 이행되지 못하였다.
2020년 12월 정식 시행
그러나 검찰은 담합이 시장의 공정경쟁에 미치는 해악이 중대하고, 공정거래법 이외에도 담합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으며, 담합의 경우 신속한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검찰 자체적으로 담합에 대한 형벌감면 제도를 준비하였고,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 논의와는 별개로 '공정거래 감시역량 강화'라는 정부 국정과제의 실천을 위해 형법상 자수자 감경제도 및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자 감면제도를 법적 근거로 2020년 12월 카르텔 형벌감면 제도를 정식으로 시행하였다.
결국 형벌감면 지침은 공정거래위원장과 법무부장관이 합의하여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들을 그 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대한 차이점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간의 합의안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간에 자진신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현행 제도에서는 두 기관이 상호 자진신고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점이며, 이 부분은 향후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두 기관이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자진신고 제도와의 관계
형벌감면 제도는 공정거래법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있으므로, 형법상의 원칙으로 돌아가 형법상 자수자 감경제도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자 감면제도를 그 법적 근거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형벌감면 제도는 공정거래법상 자진신고 제도와는 법적 근거가 다른 별개의 제도로 보인다.
또한 형벌감면 신청 순위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 접수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순위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형벌감면 신청 순위를 정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진신고 순위가 형벌감면 신청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신고를 한 경우에도 형사 절차에서는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조달청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고발요청권이 있기 때문에, 현 제도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신고를 하여 고발 대상 제외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상황에 따라서는 형사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담합 관련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고발요청권이 활발하게 행사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으나, 형벌감면 신청으로 검찰에서도 담합 사실을 조기에 파악하게 될 것이므로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고발요청권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고발요청권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 제도와 자진신고 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사 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형사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제도와 함께 형벌감면 제도에 대해서도 사전에 면밀히 파악해놓을 필요성이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진신고를 하는 경우 형벌감면 신청에 따른 손익과 여러 리스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형벌감면 신청 여부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우선적인 수사 가능성
검찰은 경성담합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현 제도 하에서 자진신고 정보를 검찰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검찰은 형벌감면 제도를 통해 내부 협조자에 대한 형벌감면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통해 담합 관련 주요 증거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형벌감면 신청 사건 중 사안의 중대성, 신속한 증거 확보의 필요성, 공소시효 임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우선적인 수사 대상 사건을 선정하고, 그 외의 사건들은 형벌감면 지침 제14조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로 관련 자료를 이첩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개시 여부를 다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검찰에서 우선 수사 대상 사건을 선정할 때 해당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사건인지 여부는 사실상 고려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진신고 정보를 검찰 등 다른 기관과 공유하지 않고 있으므로, 검찰에 형벌감면 신청이 접수되었을 때 검찰 입장에서는 해당 사건이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사건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법 하위 감면고시와 대검찰청 형벌감면 지침에서 자진신고자 또는 형벌감면 신청자가 제3자에게 자진신고 사실 또는 형벌감면 신청 사실을 누설하는 경우 성실협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형벌감면 신청자가 대검찰청에 공정거래위원회 자진신고 사실을 진술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각자의 자진신고 정보를 상호 공유하지 않는 상황에서 두 기관으로부터의 동시 중복적인 절차 대응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자진신고와 함께 형벌감면 신청 여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형벌감면 신청은 외국 사법당국의 카르텔 사건 수사와 관련한 범죄인인도 및 형사사법공조 사건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경우 법무부 반독점국에서 카르텔 사건에 대한 형사집행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고, 작년 11월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과 대검찰청 간에 '반독점 형사집행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기 때문에, 미국 반독점국에 국내 업체의 담합 관여 사실이 적발되면 우리 법무부를 통해 적극적으로 범죄인인도 및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 사법당국의 국제공조 요청 가능성
이러한 경우 검찰에 형벌감면 신청이 접수되어 있다면 검찰이 이미 사건을 수사 중인 사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대한민국 간의 범죄인인도 및 형사사법공조 조약상 규정에 의해 일정 부분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분도 형벌감면 신청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카르텔 형벌감면 제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 감시 역량 강화'라는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준비되어 왔던 공정거래법 제도 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제도로 볼 수 있다.
현재 제도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검찰 내부적으로도 실제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하면서 세부적인 절차규정을 정비해나갈 것으로 보이고, 다수의 사례가 축적되면서 안정적으로 제도가 정착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간의 동시 중복 절차, 자진신고 순위 불일치 등의 문제는 공정거래 감시역량 강화와 제도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상호 협력을 통해 조율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공정경쟁의 이슈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카르텔 사건에 대한 형사집행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추세에서, 검찰의 카르텔 형벌감면 제도가 어떻게 정착되고 운영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확인해나갈 필요성이 있다.
권정훈 · 김남수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eonghoon.kwon@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