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으로 향하는 항공기가 필리핀 막탄 세부공항을 27시간 또는 13시간 지연 출발해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팬퍼시픽항공이 승객 1인당 20만∼6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되었다.
서울중앙지법 강영훈 판사는 4월 23일 김 모씨 등 승객 47명이 필리핀 팬퍼시픽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268428)에서 출발지연 시간과 성년 여부 등을 고려해 "팬퍼시픽항공은 승객 1인당 20만∼6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출발이 27시간 30분 늦은 승객 33명에겐 60만원(미성년자는 40만원), 출발이 13시간 20분 지체된 14명에겐 30만원(미성년자는 2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등 47명은 팬퍼시픽항공이 운행하는 항공편을 이용하여 필리핀 현지 시각 2019년 8월 20일 23:30 막탄 세부(Mactan-Cebu)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다음날 04:50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8월 20일 탑승게이트에서 탑승대기를 하다가 팬퍼시픽항공의 출발지연 안내를 받고 팬퍼시픽항공이 제공한 숙소로 이동했다. 47명 중 14명은 원래 출발 예정시각보다 13시간 20분이 지체된 8월 21일 12:50경 다른 항공편에 탑승하여 세부공항을 출발할 수 있었고, 나머지 33명은 원래 출발 예정시각보다 27시간 30분이 지체된 8월 22일 03:00경에야 세부공항을 출발할 수 있었다.
강 판사는 먼저 "우리나라는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for International Carriage by Air Done at Montreal on May 1999,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하여 2007. 12. 29.(Date of entry into force) 국내에서 발효되었고, 출발지인 필리핀국도 위 협약에 가입하여 2015. 12. 18. 발효되었는바, 이와 같이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위 협약 당사자국이므로, 이 사건은 국내법에 우선하여 위 협약이 적용된다(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피고가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다투고 있으나, 원고들이 위 협약 제33조가 정하는 도착지의 법원(court at the place of destination)인 우리나라 법원에 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법원에 이 사건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 협약 제19조는 운송인은 승객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는바, 원고들은 원래 출발 예정시각보다 지연 출발하였으므로,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팬퍼시픽항공은 "지연은 항공기 접속 관계로 발생한 것으로서, 항공사업법 61조 단서 등에 따라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강 판사는 "국내법에 우선하여 위 협약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 협약 제19조 후문이 정한 면책사유의 증명을 위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덕수가 원고들을, 팬퍼시픽항공은 법무법인 케이씨엘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