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구두 제조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의 사업장에서 갑피, 저부 작업을 수행한 작업자들도 사업주의 지휘 · 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 등 7명은 각각 2013년 4월 B씨와 B씨의 아버지, 어머니가 공동사업주인 가죽구두 제조업체 C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월까지 그 사업장에서 갑피 작업(재단 작업이 끝난 가죽을 작업지시서의 디자인에 맞추어 재봉하고 접착하여 구두의 초기 형태를 잡는 작업) 또는 저부 작업(갑피가 완료된 원단을 넘겨 받아 형틀에 원단을 씌워 구두의 형태를 완성하고 밑창을 박는 작업)을 하다가 퇴사한 뒤,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업주의 지휘 · 감독을 받으며 근로자로 일하였다"며 B씨를 상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숙연 부장판사)는 2월 5일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을 취소하고, "B씨는 원고들에게 퇴직금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2019나2056358).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B씨는 법무법인 공존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비록 C의 사업주와 도급 형식의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는 C에 관하여 아버지와의 공동사업주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한편 피고와 피고의 아버지가 원고들에게 매일 작업 물량을 배분하는 등 원고들에 대한 지휘 · 감독을 한 반면, 피고의 어머니가 이러한 권한을 행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한 점, 피고의 어머니는 피고, 피고의 아버지와는 달리 C의 사업장에도 매우 드물게 나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달리 피고의 어머니가 실질적으로 원고들과 사용종속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어머니는 공동사업주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원고들이 수행한 갑피 작업 및 저부 작업은 C의 일반근로자가 직접 작성하거나 발주업체로부터 받아서 원고들에게 나누어 준 작업지시서, C의 일반근로자가 만든 형틀(이른바 '라스트')이나 샘플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재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C의 일반근로자는 원고들에게 직접 제화 방법을 지시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C의 일반근로자들과는 달리 원고들의 출 · 퇴근시간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원고들은 피고 또는 피고의 아버지로부터 매일 작업 물량을 배분받았고 통상적으로 당일에 작업을 완료하여야 했다(원고들이 매일 배분받은 작업 물량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원고들 스스로의 요청 또는 피고나 피고의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그 다음 날 작업 물량을 배분받지 아니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배분받은 작업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매일 C의 일반근로자가 사업장을 열 때부터 닫을 때까지(06:00경부터 23:00경까지) 사업장에서 작업을 해야 했으므로, 사실상 피고나 피고의 아버지에 의하여 근로시간이 통제되고 있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은 원자재를 모두 피고나 피고의 아버지로부터 받아서 작업을 수행하였고, 수행한 작업량에 비례하여 피고 측과의 계약에서 정한 보수를 받았으며, 자신들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외에 제3자를 고용하여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따라서 원고들이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거나,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에 사업장이 있는 C는 발주업체로부터 발주를 받아 구두를 제작해 납품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