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9년 4월 21일 오후 11시쯤 경남 거창군 거창읍에 있는 마트 앞에서 길이 90㎝, 직경 5㎝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손에 들고 B씨와 일행인 C씨에게 "이 XX들 장난치나!"라고 말하며 파이프를 바닥에 끌고 다가갔다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A씨의 음주운전을 의심하며 A씨의 차량을 쫓다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던 B씨의 차량으로 인해 가로막히게 되었는데, B씨가 후진하여 차를 빼주지 않자 자신의 차량에 있던 파이프를 가지고 나와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행위를 보고 B씨는 차량을 후진하였고, C씨는 뒷걸음질을 했다.
1심 재판부는 다른 무면허 · 음주운전 혐의와 함께 특수협박 유죄를 인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특수협박 혐의가 무죄라는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3월 11일 "피고인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특수협박 혐의도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14990).
대법원은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B의 차량 및 C와 떨어진 거리에서 위 파이프를 바닥에 끌면서 다가갔을 뿐 B의 차량이나 C를 향하여 위 파이프를 들어올리거나 휘두르지 않았고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으며 B가 차량 안에 있어서 '이 XX들 장난치나'라는 피고인의 말을 듣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다가오는 행위를 피해자들이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 이를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또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B가 자진하여 차량을 후진하지 않자, 피고인은 B의 차량을 후진하게 할 의도로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에게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해악을 고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의 피해자들에 대한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B는 원심에서 '피고인의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럽고 놀라운 정도였고, 차량이 파손될까봐 뒤로 뺀 것이다'라고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나와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며 "B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B는 피고인이 차량을 파손할 것을 우려하여 차를 이동한 것이고, 이후 피해자들은 경찰서에 피고인을 신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한 감정적 언동에 불과하거나 가해의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