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안 되려면"피해자 구호 외 인적사항 남겨야"
뺑소니 안 되려면"피해자 구호 외 인적사항 남겨야"
  • 기사출고 2007.06.05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최근 판례 동향 분석"신원확인조치도 교통사고후 필요 조치에 포함돼"
뺑소니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최근 판례 동향을 정리해 제공하며, 뺑소니 혐의를 피하기 위한 주의사항을 당부하고 나섰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즉,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2005년 7430명, 2006년 7666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먼저 판례에 따르면 사고가 났을 때 뺑소니가 안 되려면 피해자 구호조치와 함께 사고 야기자의 인적사항(이름과 연락처)을 피해자 등에게 남겨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

예컨대 교통사고 야기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더라도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면 뺑소니라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50조1항은 "교통사고를 낸 때에는 운전자 등은 곧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필요한 조치에 신원확인조치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27일 대법원에 따르면 ▲교통사고 야기자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 준 다음 피해자나 병원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하여 신원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자 2시간쯤 후에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뺑소니라고 판결했다.(99도2869)

또 ▲사고현장에 남아 목격자로 행세하다가 경찰관에게 자기의 신분을 밝힌 후 귀가한 경우(97도770)나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하기는 하였으나 조사 경찰관에게 사고사실을 부인하고 자신을 목격자라고 하면서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귀가한 경우(2002도5748)도 뺑소니로 판단했다. 두 경우 모두 사고운전자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야기한 것으로, 도주차량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데리고 간 다음, 피해자들을 병원 접수창구 의자에 앉힌 후 접수직원에게 교통사고 피해자들이라고 말하고,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기 위해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사이에 병원 밖으로 나가 도주한 경우도 물론 뺑소니로 유죄판결을 받았다.(97도2475) "비록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는 했으나, 도로교통법 50조 1항의 구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피해자나 그 밖의 누구에게도 자기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도주함으로써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는 게 판결 이유다.

반면 ▲피해자를 구급차에 실어 병원에 인계했으나, 병원에서 피해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 간호사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문의하였으나, 다른 곳으로 후송했다고만 얘기하는 바람에 그대로 돌아간 경우 비록 사고현장에서나 그 직후 경찰관서 등에 사고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타인에게 자신이 사고 야기자라고 적극적으로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뺑소니가 아니라고 판결했다.(96도358) 또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후 자신이 소유주인 사고차량의 차량번호를 담당 간호사에게 알려주면서 접수를 마친 다음 병원을 떠난 경우도 뺑소니가 아니라고 무죄판결을 받았다. 비교적 쉽게 사고운전자의 신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2004도5227)

"경미한 사고라도 즉시 정차해 상해 정도 확인해야"

물론 ▲사고운전자가 일단 정차해 차에서 내려 피해자와 대화 또는 언쟁을 하거나(2001도2763, 2003도8092, 2004도5304) ▲차에서 내려 피해자가 목을 주무르고 있는 것을 보고 운전차량을 현장에 놓아 둔 채 다른 사람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기 위해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2001도2869)는 모두 경미한 사고로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뺑소니 성립을 부정한 사안들이지만, 사고운전자가 최소한 사고 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의 상해 유무와 정도를 확인했다는 점을 판단의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구호조치여부와 관련해서도 대법원 판례상 주의할 대목이 적지 않다.

▲사고운전자가 피해자와 사고 여부에 관해 언정하다가 동승했던 아내에게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며 현장을 이탈하고 아내가 사후처리를 한 경우(96도2843) ▲사고운전자 자신도 부상을 입고 경찰관의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경찰에 신고나 연락을 취하지 아니한 채 집으로 가버렸더라도 그 당시 이미 경찰이나 구급차량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루어진 후였다면 뺑소니가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교통사고 당시 사고현장에 이미 여러 건의 연쇄충돌사고가 일어나 자신의 사고신고 없이도 경찰관이 출동해 조사하고 있었고, 피해자의 일행이 지나가던 차량을 세워 피해자를 병원에 보내는 것을 보고 그에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사실대로 적어주고 사고현장을 떠난 경우도 뺑소니가 아니라고 판단했다.(91도1831)

그러나 피해자가 '경찰관이 온 후 병원으로 가겠다'며 거부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아니한 사이에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사고현장에 도착했고, 피해자의 병원이송 및 경찰관의 사고현장 도착 이전에 사고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했다면, 그 후 피해자가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뺑소니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2004도250) 대법원은 또 이 경우 설령 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의 동승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결했다.

법원행정처 홍보심의관인 배현태 판사는 "피해자를 병원에 후송하는 것만으로 도주차량죄를 면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피해자와 담당 경찰관에게 반드시 이름과 연락처 등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판사는 또 "피해자 또는 담당 경찰관이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는 점만 믿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사고 당사자 모두에게 사고후 조치의무가 있으므로, 혹시 자신의 과실이 적다는 이유로 구호의무나 신원확인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