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의 지인과 친구에게 전 애인을 비난하는 허위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남성에게 명예훼손 무죄가 확정됐다.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A는 교제하던 B(여)와 헤어진 뒤, 2016년 1월 25일경 B의 지인 C에게 '어떻게 저한테 술집에 다니고 유부남 만나서 생활비 받으며 11년 살은 여자를 소개해 주었느냐' 등의 문자메시지를, 2월 13일경 B의 친구 D에게 '(B는) 정말 꽃뱀이네요'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기소됐다. A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체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담긴 음란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전송하면서 동영상 속의 여성이 B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함께 전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B는 남자에게 돈을 받아서 생활한 사실도 없고, 동영상 속 여성은 B가 아니었다.
1심 재판부는 명예훼손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C, D에게 적시한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월 30일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1720).
대법원은 먼저 전원합의체 판결(2020. 11. 19. 선고 2020도5813)을 인용해 "명예훼손죄 등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고, 개별적으로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더라도 그 상대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적시된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때에도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전제하고,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특히 발언 상대방이 발언자나 피해자의 배우자, 친척, 친구 등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관계로 인하여 비밀의 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는 경우로서 공연성이 부정되고,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상대방 중 C는 피해자의 지인으로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고 피해자를 피고인에게 소개시켜 주기도 한 사실, D는 피해자의 친구로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었고 당시도 같은 업종에 종사하며 어울렸던 사실, 문자메시지 등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으로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던 C, D는 문자메시지 등의 내용이 허위라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앞서 본 법리에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나타난 상대방 C, D와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특정 소수에 대한 사실적시에도 불구하고 전파가능성이 있음을 이유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이 사건에서 공연성 인정에 필요한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고, 같은 취지로 공소사실 중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의 점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전파가능성 내지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