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이 꺼진 아우디 차량의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다가 차가 뒤로 밀려 추돌 사고가 났다. 운전 중의 사고로 보아 처벌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12월 30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와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9994)에서 법이 정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2020도9994). 법무법인 장강이 1심부터 A씨를 변호했다.
대법원은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는 '운전'이란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고, 그중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걸고 발진조작을 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하여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가법 5조의 11은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를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위험운전치사상죄를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8년 7월 17일 오전 4시 50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148%의 술에 취한 상태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도로에서 2013년식 아우디 A7 승용차를 약 100m 운전하고(음주운전), 이후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차량의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다가 차가 뒤로 밀려 뒤에 주차해 있던 택시와 부딪히는 추돌 사고를 내 택시기사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약 100m를 음주운전한 후 차를 세운 뒤 지인에게 운전을 맡겼으나, A씨가 차에서 내리면서 이 차량의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시동이 완전히 꺼졌다. 지인이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여 차량을 운전하려 하였으나 오히려 차량이 뒤로 밀렸고, 이에 A씨가 다시 운전석에 탑승하여 운전해 가려 하였으나 마찬가지로 차량이 후진하면서 추돌 사고가 난 것이다. STOP&GO 기능은 기본적으로 차량이 주행하다 정차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계속 밟으면 엔진이 꺼지지만, 차량의 전원은 꺼지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다가 이후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이 다시 시동되는 기능이다. 다만, STOP&GO 기능의 재시동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STOP&GO 기능이 해제되어 엔진이 재시동 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추돌 사고 당시 차량의 엔진 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이는 주행 중 위 STOP&GO 기능에 따른 일시적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이와 같이 엔진 시동이 꺼진 상황에서 비록 피고인이 자동차를 운전해 가려고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변속레버를 후진기어에도 놓지 않은 점까지 보태어보면, 이는 피고인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으로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는 무죄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인정해 형량을 벌금 400만원으로 낮추자 검사가 상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