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대법원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지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처음부터 변호사만 하여 지금에 이른 한 변호사로서 대법원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끔씩 하여 보았다.
비록 다른 논의를 충분히 검토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말하는 것이라 깊이가 없을 수는 있으나, 평범한 변호사로서 필자가 생각하는 대법원의 역할에 대하여 말하여 보고자 한다.
대법원에 대하여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
우선 피상적인 것부터 보자.
대법원의 대법관께서 단기간의 임기를 채우고, 독자 개업을 하든지, 혹은 요즈음 소위 로펌(law firm)에 영입되어 가고, 그 자리를 후배 법관이 채우는 방식을 이제껏 하여 왔다.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대법관이란 사법부의 원로이며, 소위 '살아 있는 법'을 끊임 없이 창출하여 가는 자리이고, 나아가 정말로 복잡하게 이해가 대립되는 문제에 대하여 나라가 지향할 바를 감안하여 깊이 있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자리라고 보는데, 현실은 그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는 대법관의 임기가 현재와 같아서는 바람직하지 아니하고, 거의 종신에 가깝게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곧 법관의 승진 구조와 관련되는 문제가 된다.
사법부가 마치 회사나 행정부 처럼 단기간 재직하다가 물러나면 다른 후배들이 그 자리에 승진하여 오는 것은 무언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으로는 대법원은 정말로 중요한 소수의 사건을 선별하여 그야말로 현명한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에 비하여 현재의 대법원은 지나치게 많은 사건이 계류 중이고 하여, 대법원에 중요 사건에 심사숙고 할 시간이 충분히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러기 위하여는 예를 들면 금액이 아무리 크더라도 단순한 민사분쟁으로서, 기존의 법 체계와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아니하는 사건은 과감히 '상고허가제'를 통하여 상고가 불허되어야 한다고 본다.
재판을 세 번 받아야 한다고 하여 어느 사건이나 반드시 세 번 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중요 사건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여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점에서 강력한 상고허가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보며, 그것을 통하여 대법원은 처리 사건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개선을 통하여만 소위 재야 출신 대법관이나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수 출신 대법관의 활동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본다.
끝으로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수행하는 제반 위헌심판 기능이 대법원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본다.
위와 같이 대법원의 구조가 변경되는 마당에 굳이 두 개의 기관이 별도로 있어야 한다고 보지 아니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위헌 심판 문제를 포함하는 모든 법률문제에 대하여 통일적으로 판결을 내림으로써, 헌법이나 법률 해석의 통일을 기하면서, '살아 있는 법'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나아 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여 갈 수 있다고 본다.
근간 대법관 충원 문제와 관련하여, 재조 출신이어야 하는지, 재야 출신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재야 출신 중에는 세부적으로 학계, 시민단체, 재야 법조계 그 어디 출신이어야 하는지 말이 무성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문제는 대법원의 역할이 새로이 정립되고, 제도가 개선된 후에 논의되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
현재의 제도 아래에서는 그러한 논의는 많은 부분 불합리성이 있다고 본다.
수 많은 민, 형사 사건을 처리하여야 하는 대법원의 현재 상황에서 법조 경력이 전혀 없는 인사가 대법관으로 간다고 하면, 그러한 보통의 민, 형사사건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선 제도 개선, 후 대법원 구성원 구성 방법 논의'이다.
◇서동희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미 튤레인(Tulane)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LL.M.) 25회 사법시험에 합격, 1986년부터 19년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해상법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뉴욕주 변호사와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중재인협회 이사, 한국상사법학회 이사, 해양수산부 고문 변호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정동국제 대표변호사 · 본지 편집위원(dhsuh@suh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