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9월 3일 경기 양평읍에서 장례식장, 묘지, 수목장지, 납골당 등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A추모공원이 "화장장 입안제안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며 양평군수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두34346)에서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정부법무공단이 피고를 대리했다.
A추모공원은 추모공원 부지와 인접한 양평읍 창대리에 있는 토지 4,995㎡에 화장장을 설치 · 운영하기 위해 2018년 5월 양평군에 도시 · 군관리계획 변경 입안을 제안하였으나, 이 토지가 양평읍 주도심권과의 거리가 2~3km에 불과하고 인근에 마을과 군부대, 군인아파트가 있으며 전원주택지 개발 증가로 거주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지역으로서 인근 주거환경이 악화될 것이 우려되어 화장장 입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이 토지 중 절반 가량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36조 1항에 따른 '보전관리지역', 나머지는 같은 조항에 따른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토지에서 약 150m 거리에는 인근 군부대의 군인아파트가 위치해 있고, 약 360m 거리에는 마을회관이 위치해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건전한 장사문화의 정착을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체계화되고 친환경적인 화장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입안제안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양평군이 상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토지는 국토계획법에 따른 보전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지정 후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숲과 녹지가 이미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어 더 이상 기존 계획제한을 유지할 필요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연환경을 보전할 필요가 여전히 높다고 보아 이 토지 위에 화장장을 도시 · 군관리계획시설로서 설치하고자 하는 도시 · 군관리계획의 입안을 거부한 피고의 재량적 판단은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이미 장례식장, 묘지, 납골당 등으로 구성된 추모공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화장장까지 추가로 설치 · 운영함으로써 인근 마을과 군인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미칠 총량적 · 누적적인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따라서 "화장장을 설치할 공익상의 필요 등 원심이 판시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입안 제안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정당성과 객관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어떤 개발사업이 '자연환경 ·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요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히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 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행정청의 당초 예측이나 평가와 일부 다른 내용의 감정의견이 제시되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행정청의 판단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이때 해당 개발사업 자체가 독자적으로 생활환경과 자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리하여 심사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변 생활환경과 자연환경 상태를 기반으로 그에 더하여 해당 개발사업까지 실현될 경우 주변 환경에 총량적 · 누적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를 심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