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에게 개구리 자세로 얼차려를 시킨 회사원에게 강요죄 유죄가 인정됐다.
울산 남구에 있는 한 회사의 공장에서 생산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A(48)씨는 2018년 7월 오후 2시쯤부터 오후 3시쯤까지 약 1시간 동안 이 공장에 있는 사무실에서 실습생 B(당시 24세)씨가 자신의 질문에 대해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B씨에게 바닥에 엎드린 자세에서 팔과 다리를 양쪽으로 최대한 벌리고 배나 얼굴이 땅에 닿지 않도록 하는 일명 '개구리십창' 자세를 하라고 지시한 혐의(강요)로 기소됐다. B씨는 2018년 6월부터 8월까지 이 공장에서 A씨와 같은 부서의 실습생으로 근무하던 직원으로 A씨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또 8월 초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손전등으로 머리 부위를 3회 때리거나(특수폭행), 손으로 배 부위를 찌르는 등 B씨를 폭행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울산지법 유정우 판사는 7월 17일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2019고단5168).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소위 '개구리십창' 자세를 한 것은 사실이나, 나의 폭행이나 협박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내가 시범 자세를 보이고 이후에 B씨가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므로,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판사는 그러나 "당시 피해자는 실습생이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지도관으로서 상급자(소위 '사수'의 지위)에 해당하여 업무와 관련하여 지시 및 감독을 하는 지위에 있었으며, 실습생은 실습기간 동안 무난하게 생활하여야 만 정식직원이 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그러한 지위에 있던 피해자로서는 피고인의 부당한 지시나 요구가 있더라도 이를 거부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웠던 상황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일관되게 다음과 같은 취지, 즉, 피해자가 업무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얼차려로서 위 개구리십창 자세를 시켜 피해자가 이에 따랐으며, 당시 피고인이 위 개구리십창 자세를 시키면서 '야 이 짱구XX야'라는 욕설까지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고인, 피해자와 같은 공장에서 근무하던 참고인 2명도 피고인이 위와 같이 피해자에게 얼차려를 시키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여 피해자의 위와 같은 진술에 부합하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급자 지위에 있다고 하여 피해자에게 정당한 업무지시 권한을 넘어서 얼차려까지 부여할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는 실습 기간 동안에는 무조건 상급자의 말을 잘 들어야만 한다고 교육을 받고 이를 어기는 경우 혹시나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피고인의 위 개구리십창 자세 요구에 응하였다고 진술하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언동은 형법상 강요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하고, 피해자는 그러한 협박에 따라 의무 없는 일을 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형법상 강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판사는 대법원 판결(2007도7064)을 인용해 "강요죄의 수단인 협박은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그 방법은 통상 언어에 의하는 것이나 경우에 따라서 한마디 말도 없이 거동에 의하여서도 할 수 있는데, 그 행위가 있었는지는 행위의 외형뿐 아니라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주위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것이며, 강요죄에서 협박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인지는 그 행위 당사자 쌍방의 직무, 사회적 지위, 강요된 권리, 의무에 관련된 상호관계 등 관련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법 324조 1항(강요)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판사는 "이 사안은 피고인이 직장에서 피해자의 상급자이자 지도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얼차려를 시키는 강요 범행을 저지르고, 업무처리 미숙을 이유로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특수폭행 및 폭행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범행 경위와 동기, 범행내용과 방법 등에 비추어 그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였고, 이 법정에 이르러 피해자에 대한 폭행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산업재해 방지를 위하여 실습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서 그 경위에 참작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설령 그러한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상급자에 의한 폭력과 가혹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이에 대하여는 엄정한 처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