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초등학생의 어머니가 '카카오톡 프로필'을 통해 가해 학생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며 기소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피해 학생 어머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A(여)씨는 부산 연제구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딸(B)이 같은 반에 재학 중이던 C양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고 2017년 6월 30일경 학교에 신고하여, 학교 측이 5일간의 출석정지를 명하는 사전조치에 이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C양에게 '피해학생에 대한 접촉,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3시간, 학생 특별교육 2시간, 보호자 특별교육 2시간'을 명했다.
그 후 A씨는 2017년 7월 중순경 딸이 속한 반의 학부모 19명이 가입하여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는 단체카톡방의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 프로필 상태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그림말 세 개를 게시하였다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딸과 함께 등교하여 학교 복도에서 C양에게 "야, C. 내가 누군지 알제. 나 B 엄마다. 앞으로 B 건들지 말고, 아는 체도 하지마라", "야 C, 니 내 아는데 왜 인사 안 해" 등의 말을 하여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 유죄로 보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이 저해될 위험 또는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발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그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인정하고 명예훼손 혐의만 유죄로 보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그러나 5월 28일 원심을 깨고, 명예훼손도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2750).
대법원은 "학교폭력범은 접촉금지!!!라는 글과 주먹 모양의 그림말 세 개로 이루어진 상태메시지에는 그 표현의 기초가 되는 사실관계가 드러나 있지 않고,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는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에 '죄지은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범(犯)'을 덧붙인 것으로서,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통칭하는 표현인데, 피고인은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피고인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학교폭력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실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에 관해 언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접촉금지라는 어휘는 통상적으로 '접촉하지 말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되고, C에 대한 학교폭력위원회의 의결 등을 통해 피해자(C)에게 '피해학생(B)에 대한 접촉의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는 사실이 피해자와 같은 반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에게 알려졌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피고인이 상태메시지를 통해 피해자(C)의 학교폭력 사건이나 그 사건으로 피해자가 받은 조치에 대해 기재함으로써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인 사실을 드러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11도11226 등)에 따르면,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된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사실을 드러낸다는 것은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띄는 사실을 드러낸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러한 요건이 충족되기 위해서 반드시 구체적인 사실이 직접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특정 표현에서 그러한 사실이 곧바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표현의 내용을 주위사정과 종합하여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