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이라고 해도 야외에서 마이크와 앰프를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등 불특정 다수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집시법상 사전 신고 대상인 옥외집회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국대 총학생회장이던 안 모씨는 2016년 12월 16일 오후 2시 10분쯤부터 55분쯤까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개최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주최하였으나 사전에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지는 않았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집시법 6조 1항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 모두를 적은 신고서를 옥외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앰프와 마이크를 설치한 상태에서 집회 사회를 본 안씨는 다른 동국대 학생 10여명과 함께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길 위에서 미리 기자단에게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면서, 약 45분 동안 이 전 대표를 희화하는 사진과 문구, '새누리당도 국정농단, 민생파탄, 범죄의 공범이므로 해체하라'는 문구 등이 기재된 피켓을 들고 이 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취지의 구호를 지속하여 제창하고, 이 전 대표를 조롱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안씨는 재판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지 집회를 개최한 것이 아니므로 신고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행사를 옥외집회로 보아 안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집시법상 옥외집회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하자 검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월 28일 다시 "이 행사는 집시법상 사전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9도16885).
대법원은 먼저 "집시법이 옥외집회에 관하여 신고제도를 둔 취지는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함께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 옥외집회가 집시법상 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장소는 차도와 보도가 함께 있고 식당 등 상가가 밀집한 지역의 노상이고, 당시 현장은 일반 시민들과 차량이 통행하던 상황이었으며, 피고인 등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구호를 제창하고 진행한 퍼포먼스는 당시 취재를 온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당시 현장 주변에 있던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졌으므로 행사가 옥외집회에 해당함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진행한 기자회견은 기자들과의 질의 · 응답 과정 없이 단순히 기자들에게 미리 배부한 회견문을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분 이내 종료되었고 나머지 시간은 현장에 취재를 온 기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피케팅과 구호제창 및 퍼포먼스로 진행되었으므로, 회견문 낭독 이외의 다른 행위들이 단순히 기자회견 내용을 함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고, 행사가 진행된 45분의 시간이 공동의 의견을 주위 시민들에게 충분히 표명하는 데 부족한 시간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행사 진행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과의 구체적 충돌이나 교통방해 등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행사 장소의 현황, 참여자의 수, 진행방식 및 시간, 피케팅과 구호제창 및 퍼포먼스의 대상에 일반 시민들도 포함되어 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여, 애초부터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인이 주최한 행사는 집시법상 사전 신고 대상이 되는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