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동료 경찰관이 법정에서 '허위진술이었다'고 번복했다면 유일한 증거인 이 경찰관의 검찰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월 6일 동료 경찰관이 불법 성매매 업소로부터 받은 돈을 나눠 가진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16450)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남경찰서 근무시절 강남구 일대의 불법 성매매 유흥주점 등의 단속업무를 하던 A씨는, 관내 불법 성매매 업소 10여곳에서 단속정보 제공과 무마 등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아온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동료 경찰관 B씨로부터 단속 무마 명목으로 300만원씩 12차례에 걸쳐 모두 3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혐의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유일한 증거는 'B씨의 관리대상 불법업소를 단속하거나 수사할 경우에 대비하여 그 업소들을 단속하지 말고 단속이 되더라도 잘 봐달라는 의미로 2007. 8.경부터 2008. 7.경까지 A씨에게 총 3600만원을 건네주었다'는 B씨의 검찰에서의 진술. 재판에선 이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와 A씨의 변호인은 그러나 "B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없고, 황운하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이 중심이 된 수사팀의 일원으로 세칭 '룸살롱 황제' 이경백을 수사하였고, 이경백이 구속되는데 일조하였는데, 이경백이 이에 앙심을 품고 자신과 친하거나 자신이 약점을 알고 있는 경찰관인 B씨 등을 사주하여 피고인(A씨)이 뇌물을 수수한 것처럼 허위진술하게 하였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1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다. 검찰에서의 진술은 내가 빠져나가기 위한 허위진술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검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하였다"고 지적하고, "B씨는 이경백의 진술 내용에 따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경백은 피고인(A씨)을 상당히 원망하고 있었다고 짐작되는데, 그렇다면 이경백이 그 진술 여하에 따라 징계, 나아가 형사처벌이 문제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던 B씨를 회유하여 피고인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피고인에 대한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도록 유도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형사상, 신분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피고인에게 뇌물성 금전을 교부하였다고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피고인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B씨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대법원 판결(2010도14487 등)을 인용, "금원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금원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금원을 제공하였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특히 그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그 혐의에 대하여 수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어 그 진술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에도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B씨의 위와 같은 검찰 진술을 전해들은 피고인의 반응 또한 뇌물수수자의 뇌물공여자에 대한 반응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럽지 않다"며, '정말 이럴 수가 있습니까? 형님 살자고 있지도 않은 말을 검찰에 진술해서 저를 이렇게 궁지에 몰아넣고..제가 언제 형님한테 300만원씩 상납받았단 말입니까 제발 사실대로만 말해주세요 정말 정말 억울하고 분통이 터집니다', '…정말 천벌 받으실겁니다 어디에 숨어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제게 전화한번 주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는 근거로 추가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