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여부 등을 심판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근로자위원이 은행 고객 등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임의로 조사권을 행사했다가 법원에서 재심판정이 취소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1월 23일 한국씨티은행이 "개인대출 담당자로 근무하던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합78053)에서 이같은 이유를 들어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한국씨티은행을, 피고보조참가한 A씨는 법무법인 시민이 대리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가 사전 서면승인절차를 밟지 않고 퓨처넷(Futurenet)이라는 사기 논란이 있는 다단계 회사에 가입하여 대출상담시 고객에게 퓨처넷에 대한 가입(투자)을 권유하거나, 업무시간 중 지인에게 퓨처넷에 대한 가입을 권유하여 취업규칙 등 제반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17년 11월 27일자로 A씨를 해고하자, A씨가 이에 불복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노위는 '징계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없고 징계사유도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중하여 부당하다' 이유로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한국씨티은행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취지의 이유로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한국씨티은행은 소송에서 "재심판정의 심판절차에 참여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근로자위원이 A씨로부터 퓨처넷 상품 가입을 권유받은 고객 B씨와 지인 C씨를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수집 · 취득한 사실조사 결과를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공표하고, A씨와의 합의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한 언동을 하여 변론권 및 반대심문권 등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재심판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노동위원회법상 인정되는 노동위원회의 조사권(23조)은 '노동위원회'에 인정되는 권한으로, 위원 또는 조사관의 조사업무는 사실관계 확인 등 사무집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위원장의 지명을 받아 노동위원회의 명에 따라 해당 조사업무를 수행한 경우에만 적법하다"고 전제하고, "특히 노동위원회법은 위 규정에 따른 노동위원회의 조사권 등과 관련하여 '노동위원회의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하거나 거짓의 서류를 제출한 자' 및 '관계 위원 또는 조사관의 조사를 거부 · 방해 또는 기피한 자'와 그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31조, 32조), 노동위원회의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함부로 확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공익위원과 마찬가지로 노동위원회법령에 따라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관계 당사자의 일방에 편파적이거나 사건처리를 방해하는 등 공정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가 있고, 나아가 노동위원회법은 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위원이 담당하는 구체적 사건과 인적 · 물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있는 경우 집무집행에서 배제하는 제척 · 기피 · 회피 제도를 규정하면서, 제척 · 기피 · 회피 사유를 근로자위원 및 사용자위원과 공익위원에 동일하게 정하고 있다"며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사용자위원이 사용자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당사자의 주장 등 조사결과를 명확히 이해하는 등의 목적에서 관계 당사자 등과 대면 · 비대면 접촉이 완전히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더라도, 조사행위로 나아가지 아니한 단순 접촉의 경우에도 노동위원회법령에 의한 공정의무 등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문회의 출석권, 당사자와 증인에 대한 심문권, 의견진술권 등의 권한을 행사하여 그와 같이 위법하게 조사된 결과가 심문회의 등 심판절차에서 현출되고, 당사자가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면, 담당 심판위원회로서는 문제되는 조사결과에 대하여 적법한 조사권을 행사하여 조사절차를 진행하는 등으로 진위를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한 당사자에게 위법한 조사결과에 대해 탄핵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의 위법한 조사행위의 결과가 심문회의에서 현출된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심판절차에서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의 위법한 조사결과의 현출과 이에 대한 당사자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비록 판정회의의 의결에 참여할 권한이 없더라도 심문회의에 참석하여 당사자를 심문하거나 심문 종결 후 판정회의에 앞서 공익위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지위에 있는 점과 아울러, 노동위원회 조사 권한의 주체에 관한 규정 내용, 노동위원회규칙에서 당사자에게 주장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도록 하고(43조), 심문회의에서 증인이 출석한 경우 당사자에게 심문이나 반대심문권을 보장(56조 5항)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해당 판정은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법령에는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의 조사권을 부정하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나,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은 소관 사무와 관련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의 조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근로자위원이나 사용자위원이 임의로 당사자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하여 조사행위를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담당 심판위원회의 근로자위원이 담당 위원회 위원장의 지명과 위원회의 명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B씨와 C씨에게 연락하여 원고가 제출한 조사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등의 질문을 하였는데, 이는 노동위원회법령을 위반한 조사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이 근로자위원은 B씨와의 통화에서 'B씨의 진술로 인하여 A씨가 굉장히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 등 B씨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하면서 질문하였는데, 근로자위원의 위와 같은 방식의 조사행위는 A씨에게 편파적인 조사로서 근로자위원으로서의 공정의무를 저버린 위법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근로자위원은 심문회의에 위와 같은 위법한 조사행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공개하고, 원고가 심판절차에서 제출한 조사보고서의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A씨에 대한) 징계해고의 징계사유 존부와 징계양정 정당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 주요한 사실인정이 잘못되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하여 원고 측은 B씨와 C씨가 원고가 조사할 당시 한 진술을 번복한 경위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럼에도 담당 심판위원회는 노동위원회법에 의한 조사권을 행사하여 조사절차를 진행하는 등으로 그 진위를 확인하고, 원고 측에 증인에 대한 심문권 행사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절차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심문을 종결한 후 재심판정에 이르렀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재심판정에는 심판절차에서 조사권이 없는 근로자위원이 사실관계 등을 위법하게 조사한 뒤 그 결과를 심문회의에 현출하였고, 이에 대해 재심청구인인 원고가 조사의 위법 · 부당을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하였음에도, 그 절차상 하자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재심판정을 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