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주 40시간제가 도입되자 현대자동차가 간부사원을 상대로 연월차유급휴가일수를 줄이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제정 · 시행한 것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 변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불이익 변경이라고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10월 31일 현대자동차에서 일반직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가 "연월차유급휴가일수를 줄인 취업규칙은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7가합42260)에서 이같이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현대차를 대리했다.
1968년 2월부터 전체 직원에 대하여 적용되던 취업규칙을 갖고 있었던 현대차는, 2003년 9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주 40시간제가 도입되자 2004년 7월 1일 일반직 과장, 연구직 선임 연구원, 생산직 기장 이상의 직위자(간부사원)에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 · 시행하고, 한 달 후 지역본부별, 부서별로 간부사원들을 모아 전체 간부사원 6683명 중 89%에 해당하는 5958명의 동의서를 받아 서울강남지방노동사무소에 취업규칙의 변경을 신고했다.
1990년 현대차에 입사하여 1998년 1월 과장으로 승진한 이후 현재 일반직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회사가 근로자 전체가 아닌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제정 · 시행하는 것은 무효이고, 연봉이 기초급, 능력상여금, 업적상여금으로 구성되는데 기초급만을 통상임금으로 정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며 통상임금이 과소하게 산정됨에 따른 미지급 임금 76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또 예비적으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구 취업규칙에 비하여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유급휴가일수를 연간 최대 25일로 축소하는 등 근로조건의 내용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므로,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 등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오로지 간부사원들의 동의만을 받아 무효"라며 구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계산한 미지급연월차휴가수당 등 미지급 임금 3100여만원을 청구했다.
구 취업규칙에서는 월 개근자에게 매월 1일의 월차유급휴가를, 연간 전근무일을 개근하거나 9할 이상 출근한 자에게 8일 내지 10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였고,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자에게는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무연수 1년에 대하여 1일의 연차유급휴가를 가산해 주었으나, 2004년 7월 1일 제정 · 시행된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구 취업규칙에 존재하던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유급휴가일수를 최대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신설하였으며, 3년 이상 계속 근무한 자에게는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무연수 2년에 대하여 1일의 연차유급휴가를 가산하도록 변경했다. 또 구 취업규칙과 달리 여성 근로자에 대한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먼저 "구 근로기준법 제96조 소정의 취업규칙이라 함은 복무규율과 임등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하는 것으로서, 사용자는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취업규칙만을 작성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여러 개의 취업규칙을 합한 것이 구 근로기준법 제96조 소정의 1개의 취업규칙으로 된다"며 "따라서 (피고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 · 시행한 것이 구 근로기준법 제96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취업규칙은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모든 근로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으며, 피고의 간부사원은 부하 직원을 관리 · 감독하는 직무를 담당하고 있고 비간부사원에 비하여 업무의 시간적 양보다 질이 중시되는 점, 간부사원의 직책과 역할 그에 따른 보수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제정 · 시행함으로써 간부사원의 근로조건을 비간부사원과 달리 취급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헌법 11조, 구 근로기준법 5조에 반하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차별적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유급휴가일수 상한을 제한한 것의 유효 여부.
재판부는 "2003. 9. 15. 법률 제6974호로 개정된 구 근로기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당시 고용노동부는 주 40시간제를 도입하더라도 토요일을 무급 또는 유급휴일로 할지 무급휴무일로 할지 여부는 노사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였는데, 피고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에서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유급휴가일수의 상한을 25일로 제한하였으며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변경하기는 하였으나, 토요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함으로써 유급시간 및 유급휴일을 종전 주 8시간, 연 52일에서 주 16시간, 연 104일로 변경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에 따라 감소된 연월차유급휴가수당 상당액을 2005년도 연봉조정 시 기본급에 반영하여 주었는데, 이와 같은 피고의 임금보전 조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제정될 당시부터 근로자들에게 공지되어 그 방침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고, 또한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근로자가 전년도에 출근율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2004. 7. 1. 제정 · 시행된 이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에 의하여 감소한 연월유급휴가수당을 2005년도에 보전해주었더라도 이를 별개의 사후적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나아가 "피고는 연봉의 기초급을 누적식으로 산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이 감소된 연월차유급휴가수당을 연봉의 기본급에 반영한 것의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일회성으로 그친다고 볼 수 없다"며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에 의하여 구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의 내용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이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고 이에 대하여 비간부사원을 포함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복무규정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인정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유효하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선, "간부사원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능력상여급과 업적상여금은 당해 연도에도 추가적인 조건에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기초급만을 통상임금으로 정한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