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업체와 동업계약을 맺고 일한 대리운전기사들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서정현 부장판사)는 11월 14일 손오공과 친구넷 등 부산 지역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를 조직한 최 모씨 등 대리운전기사 3명을 상대로 "최씨 등이 근로자의 지위에 있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낸 소송(2019가합100867)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산 지역 대리운전업체인 손오공과 친구넷은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등에 필요한 '로지'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대리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동업계약서를 사용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최씨 등 3명은 2017년 9~10월 손오공, 친구넷과 각각 동업계약을 맺고 대리운전 일을 해오다가, 최씨가 대리기사를 조합원으로 하여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라는 명칭으로 지역단위노조를 조직한 다음, 2018년 12월 이 노조의 대표자로서 설립 신고를 하여 설립신고증을 받았고, 나머지 2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는 올해 1~2월 손오공과 친구넷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두 차례 요구하였으나, 손오공과 친구넷이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고, "최씨 등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라고 할 수 없어, 최씨 등과 같은 대리운전기사들이 조직한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의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들은 원고들의 근로자가 아님을 확인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5두38092 판결 등)을 인용,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고 전제한 후,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의 대리운전 업무 내용, 대리운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시간, 대리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우선배정 방식에 의한 대리운전기사 배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만 소속되어 대리운전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피고들이 소속된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는 복수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운전기사를 조합원의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고, 나아가 피고들이 대리운전비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수령하여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피고들로부터 대리운전 1회당 3000원의 수수료를 미리 납입받는 점, 카드 결제를 통하여 대리운전비가 지급될 경우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원을 지급받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로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청받는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들로부터 받게 되는 대리운전비가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입을 비롯하여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피고들이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들의 대리운전 영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은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며 "피고들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원고들과 피고들이 맺은 동업계약에 의하면, 피고들은 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하여야 하고, 안전운행을 하며, 부당요금을 징수해서는 안 되고, 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해야 하며, 원고들이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라야 하고,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해야 하는데, 피고들이 이를 위반하면 2회까지는 주의조치를 하고, 3회 이상부터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정하여져 있고, 원고들이 우선배정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피고들이 우선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원고들은 우선배정을 통하여 피고들로 하여금 특정한 시간 동안 일정한 횟수 이상의 대리운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원고들은 피고들이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취소할 경우 500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피고들이 직접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요청받는 현장콜의 경우에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게 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들은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원고들의 지휘 · 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과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과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보수 수수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그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 · 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