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세법에 관한 일을 하면서, 흔히 접하면서도 납세자들의 억울함이 깊게 느껴지는 사안이 있다. 바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사안이다. 납세자가 세금을 탈루하지 않았고, 달리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님에도, 과세관청의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그에 대한 제재도 지나치게 중첩되어 있고, 심한 경우 형사처벌의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 세법에서 세금계산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세금계산서의 정확성과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엄격한 규제를 가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세금의 탈루가 없고 그렇게 악의적이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과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납세자 입장에서 반드시 챙겨 보아야 할 주제,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살펴보자.
세금계산서는 왜 필요한가?
세금계산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부가가치세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올린 부가가치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예컨대 사업자 B가 A로부터 원재료를 70원에 구매해서 가공한 후 C에게 제품을 100원에 판매하였다면, A가 올린 부가가치는 30원이 된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은 10%이므로, B는 A로부터 원재료를 구매할 때 물건 값에 부가가치세 7원을 얹어서 지급해야 하고, C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물건 값에 부가가치세 10원을 얹어서 받아야 한다. 여기서 B는 C로부터 받은 부가가치세 10원을 과세관청에 신고 · 납부해야 하는데, 이 때 B가 A에게 이미 지급하였던 부가가치세 7원을 공제해 준다. 그래야 B가 올린 부가가치 30원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3원(10원-7원)만을 납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C도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B에게 지급한 부가가치세 10원을 공제받을 수 있고. 이러한 구조는 매 거래단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반복된다.
이렇게 이전 단계에서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공제해 주어서 해당 단계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을 '전단계(前段階) 세액공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를 실현하려면, 과세관청 입장에서 B가 물건을 누구로부터 얼마에 사서 누구에게 얼마에 팔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거래당사자 사이에서 주고받는 증서가 바로 '세금계산서'이다. 그리고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의 산정뿐 아니라 각 거래당사자의 수입과 비용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를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소득세나 법인세의 산정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세금계산서가 우리 세법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제재
세금계산서는 거래당사자들이 스스로 작성하여 발급하는 서류인데, 만약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된다면, 과세행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과세관청은 각 단계별로 세금계산서의 선후를 맞추어 가면서 거래 내용을 파악하는데, 세금계산서가 정확하지 않다면 이러한 상호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법은 공급자의 사업자등록번호, 성명 등 세금계산서에 필요적으로 기재해야 할 사항을 열거하고 있고(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 각호), 세법은 이 항목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경우에 다
음과 같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첫째, 행위 유형에 따라 공급가액의 1% 내지 3%에 해당하는 세금계산서불성실 가산세가 부과된다(부가가치세법 제60조). 세금계산서의 중요 기재사항이 사실과 달리 기재되었다면 그에 대해서 행정벌을 가하겠다는 취지이다.
둘째, 부가가치세 매입세액공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부가가치세법 제39조). 이는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매입세액만큼의 세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 사례에서, 사업자 B는 원래 부가가치세를 3원만 부담하면 되는데, 매입세금계산서의 중요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매입세액 7원의 공제를 받지 못하고 결국 10원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부가가치세의 구조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B가 A에게 지급한 매입세액 자체가 거짓이 아닌 이상, B가 올린 부가가치는 여전히 30원뿐이고 그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3원이기 때문이다.
B가 A에게 지급한 부가가치세 7원은 A가 신고 · 납부하였을 것이므로, 과세관청은 동일한 부가가치세 7원을 A와 B에게 중복해서 매기는 결과도 된다. 세금계산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여 이렇듯 부가가치세의 본질과 다른 과세를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세금계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위반자에게 매입세액불공제라는 강력한 제재를 마련한 것을 두고 위헌으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헌법재판소 2015. 11. 26 자 2014헌바267 결정).
셋째, 조세범처벌법은 세금계산서를 거짓으로 기재하여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제10조 제1항, 제2항). 나아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는 행위를 별도로 처벌하며(같은 조 제3항), 이 경우 위반금액에 따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 따라 가중처벌 될 수 있다.
과세관청에 의한 거래의 재구성
주목할 점은 근래의 세금계산서 관련 사건 중에는 과세관청에 의하여 거래가 재구성된 데에서 비롯된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갑 → 을 → 병」의 순서로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거래 과정에서 을의 역할이 미약하거나 거래 목적물이 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갑에서 병으로 이전된 경우, 과세관청이 위 거래를 「갑 → 병」으로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재구성하는 사례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갑 → 을 → 병」의 순서로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세금계산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사후적으로 과세관청에 의하여 재구성됨에 따라 「갑 → 을」 및 「을 → 병」 의 세금계산서가 모두 허위세금계산서로 간주된다. 그 결과, 각 단계의 세금계산서마다 앞서 설명한 세금계산서불성실 가산세는 물론 매입세액불공제에 따른 부가가치세 과세, 나아가 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따른 형사고발 등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과세관청이 납세자의 의도와 달리 거래를 재구성하고 이를 근거로 납세자에게 과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법원에서는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특정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법적 형식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도 조세회피 목적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법적 형식에 따른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과세관청의 거래 재구성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두57758 판결 등). 거래 재구성에 따른 과세처분이나 형사처벌은 납세의무자의 거래 선택권과 예측가능성을 심하게 해치는 것이므로, 위의 판례와 같이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세금계산서 관련 제재 완화의 필요성
앞의 설명과 같이, 우리 세법에서 세금계산서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제재는 지나치게 무겁고 중첩되어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해서, 최근에 법원 판결에서, ①세금계산서에서 공급자를 잘못 기재한 경우이지만, 국가의 과세권 행사에 제한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매입세액공제를 인정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18. 6. 21. 선고 2017구합74511 판결), ②공급받는 자의 명의를 위장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지만, 등록번호는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매입세액공제를 인정한 사례(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6두62726 판결), ③허위의 공급자 명의로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지만, 해당 공급자에 의하여 매입세액이 납부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부정행위로 볼 수 없고 그에 관련된 부가가치세 과세처분에서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사례(대법원 2019. 9. 9. 선고 2019두31730 판결) 등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된다.
다만, 위와 같은 해석론으로만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제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앞서 소개한 헌법재판소 2014헌바267 결정은 매입세액불공제라는 제재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단하였지만, 판시 중에는 '그에 대한 제재로서 매입세액 전부의 공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강력한 제재보다 적정율의 가산세 부과 등 가벼운 제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였다.
적어도 세금의 탈루가 없고 세금계산서 질서에 중대한 해악을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형사처벌이나 매입세액불공제와 같은 과도한 제재보다는 적정율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제재의 수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