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혼인기간 중 강압적 언행 반복한 가부장적 남편, 이혼하라"
[가사] "혼인기간 중 강압적 언행 반복한 가부장적 남편, 이혼하라"
  • 기사출고 2019.09.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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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가법] "혼인관계 파탄 결정적 원인"

아내와 자녀들에게 강압적 언행을 반복해온 가부장적 남편이 개선을 다짐하며 부인과 계속 살기를 원했으나 이혼소송에서 패소했다.

부산가정법원 이미정 판사는 9월 17일 아내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2017드단206997)를 받아들여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재산분할로 1억 6000만원을, 위자료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2년 5월 혼인한 B씨와 혼인해 현재 성년 자녀 1녀 1남을 두고 있는 A씨는 혼인 초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댁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생활했는데, 당시 B씨가 퇴근 후 식당에서 A씨를 찾으면 "네 마누라 내가 잡아먹냐"며 타박을 주는 등 A씨 부부의 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댁식구들로 인해 힘들게 혼인생활을 했다. A씨는 혼인 3년 만에 분가를 했으나 이후에도 시댁식구들 사이에서 힘들어 하였고, B씨가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불만이 있었다.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성격의 B씨는 노후를 위해 늘 근검절약할 것을 강요하며 집안 대소사 비용, 카드대금 등을 모두 포함해 월 170만원 내지 200만원 정도의 생활비만 주었고, 자녀들에게 화장실 청소 등을 조건으로 용돈을 지급했다. A씨는 자녀들의 교육비라도 보탤 생각으로 2001년경 일을 시작, 2010년경부터 현재까지 일을 하고 있다.

B씨는 또 가사 일은 당연히 A씨의 몫이라고 여기며 직장일로 바쁜 A씨가 가사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늘 타박하고, 심한 경우 "집안이 이게 뭐냐"며 화를 내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다 꺼내 던져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후 A씨가 어쩔 수 없이 이를 정리하면 "내가 악역을 자처하니 이렇게 집이 깨끗해지고 얼마나 좋냐"며 만족해하곤 했다. B씨는 또 자녀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훈육을 이유로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B씨의 말을 따르는 딸과 달리 사춘기를 겪으며 반항심이 있던 아들과는 충돌이 많았다. 아들은 2017년 3월경 B씨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갔다가 시댁식구들의 중재로 다시 귀가하기도 했다. 당시 아들은 B씨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이야기하였고, B씨도 아들에게 사과를 하며 화해했다.

B씨는 2017년 6월 18일경 A씨가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한 것이 시비가 되어 A씨와 다투던 중 감정이 상해 언성을 높이고 개고 있던 빨래를 물기가 남아 있던 베란다로 집어 던졌고, 이 상황을 방에서 듣고 있던 아들이 뛰쳐나와 A씨 편을 들면서 B씨에게 심한 말을 하자, 격분한 B씨가 아들의 뺨을 때리고 목을 조르는 등 폭행을 했다. 이후에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B씨는 술을 마시다가 가스 불을 켜고는 "다 같이 죽자"며 A씨와 가족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 일은 아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종료되었다. A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혼을 결심한 후 2017년 7월 4일 집을 나와 딸과 함께 지내며 열흘 후인 7월 14일 이혼소송 등을 제기했다.

법원의 가사조사에서 원고는 "피고와 아들의 갈등을 계기로 지금까지 삶을 되돌아보니 스스로 답답하게 참고만 살아온 것 같고, 피고는 바깥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나 집에서는 너무 강압적이고 원고의 자존감을 낮게 만들어 버린다. 지금까지 피고의 눈치를 살피며 힘들게 살았는데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하는 게 자신이 없고 이제는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진술한 반면, 피고는 "원고가 그 동안 살면서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프고, 지금도 원고와 살길 원하고 원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알려주면 개선할 의지가 있다"고 진술했다.

이 판사는 "가부장적이고 강압적인 성격의 피고는 혼인기간 동안 자신이 세운 기준과 잣대로만 원고와 가족들을 통솔하려고 하였고, 그 기준에 벗어날 경우 보이는 대로 물건을 던지거나 부수며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원고와 가족들에게 충분히 상처가 될 만한 언행을 반복해왔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을뿐더러 부정행위를 하거나 부양의무를 저버린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나름 성실한 가장이었다고 자부하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 원고와 가족들에게 한 유 · 무형의 강압적 언행들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며, 또 그럴만한 충분한 사정도 있었다고 정당화 하지만, 이렇게 누적된 피고의 행동들이 원고를 비롯한 가족들과 피고의 관계를 더욱 소원하게 하였고 그 결과 부부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고 판시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